We know more than we can tell
We know more than we can tell
  • 최지연 <한국 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6.05.1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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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 최지연

갑자기 취소된 스케줄 덕분에 두어 시간 여유가 생겼다. 귀한 이 시간을 어찌 보낼까 하다가 학부 때부터 존경한 교수님의 수업 청강을 하리라 마음먹고 교수님을 졸랐다. 교수님께서는 한동안 당황하시며 멋쩍어하셨지만, 조르는 후배이자 제자인 교수의 마음을 잘 헤아려 주신 덕분으로 교실 뒷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수업을 듣게 되었다.

오랜만에 수업을 듣는데다, 수업의 맥락을 따라 공부해온 것도 아니어서 수업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교수님께서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주고자 하신 메시지는 강의를 들으면서 더 분명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수업의 첫 머리는 ‘왜 출석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되었다. ‘수업 중 수업과 관계없는 스마트폰 보기는 왜 하면 안 되는 행위인가?’ ‘결혼을 왜 하는가?’ 등등 이어지는 질문은 모두 매사 우리의 삶에서 당연시 여기면서 실천되는 일들에 대한 의문 제기였다.

강의를 듣는 내내, 선생은 어떤 사람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수업을 왜 하는가, 학생들은 왜 수업에 집중해야 하는가, 선생은 왜 학생을 존중하고 학생은 선생을 존경해야 하는가 수많은 질문이 동일한 이치로 제기될 수 있으며, 우리가 배운 사람이라면 자신이 배운 바에 더하여, 다시 말해 이론에 기반하여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강의 초반의 요지였다.

그러나 강의는 설명에 국한하지 않는 배움으로 확장되었다. 유명한 철학자 M. 폴라니는 자신의 책에서 ‘우리는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 (We know more than we can tell.)’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은 ‘우리의 앎 > 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낼 수 있고, 결국 ‘우리의 앎-말할 수 있는 것= 말할 수 없는 것’이라는 표현도 가능해진다.

이런 사례는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판소리 대가에게 판소리를 전수받을 때 그 집에서 침식을 같이하면서 말로 표현되지 않는 부분까지를 배우게 된다든지, 도자기 대가의 집에 들어가 물 긷기 3년, 장작 패기 3년을 거쳐 물레를 차게 되었다든지 하는 이야기는 단지 말로만 가르칠 수 없는 것이 있음을 우리에게 전해주는 이야기이다.

옛말에 자식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배운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그만큼 실천과 행동, 삶의 중요성을 지칭하기도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교육의 또 다른 측면 즉 말할 수 없는 것 역시 지식으로서 중요하다는 것을 대변해 주기도 한다.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몸으로 혹은 느낌으로, 뒷모습으로 가르치는 것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 중의 하나이다.

세계 각국은 미래교육 대비에 한참이다. 교육개발원의 각국 통신원 보고에 따르면 미국은 ‘연결성(connectivity)’을 화두로 인프라 구축에 중점을 두면서 미래교육 지원 정책을 실현해 가고 있고, 영국은 ‘미래를 위한 학교 건축’ 계획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의 디지털학교와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VLE( Virtual Learning Environment) 프로젝트는 새로운 혁신 기술을 학교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미래학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의 미래학교는 어떠해야 할까? 말로 표현될 수 있는 지식, 앎은 기계가 새로운 혁신 기술이 감당하기에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쩌면 더 학습자에게 적합하고 의미 있는 단어 수준을 활용해 더 잘 설명될 수 있다. 그러나 말할 수 없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실제 삶을 살아가는 사람만이 가능한 일이다. 미래 한국교육은 사람, 그것도 가르치는 사람이 귀함을 인정하고 사람과 사람의 교섭을 통해 전수가 가능한 교육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스승의 날, 동료교사들끼리만 서로 노고를 도닥이는 자리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여전히 교육의 본질은 선생님의 뒷모습, 말 없는 고개 끄덕임, 온화한 미소 속에서 더 아름답게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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