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티, 지성미
귀티, 지성미
  • 박경희<수필가>
  • 승인 2016.05.15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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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박경희<수필가>

하늘이 만들어준 외모의 한계는 마흔 정도가 아닌가 한다. 요즘 거울을 볼 때마다 전에 안 들던 묘한 느낌이 든다. 마흔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라는 말도 자꾸 생각나는 게 인격이나 품성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이악스러움의 전형인 중년여자의 판에 박힌 인상으로 나이 들어가는 내 모습에 자꾸만 우울해 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친구들 얘기 들어보면 피부과 가서 점을 뺐네, 아기 피부처럼 박피를 해냈네, 보톡스를 맞네, 경락 마사지를 받네, 눈썹 문신과 헬스 등록해서 몸매관리에 열중이라는 등. 가만 보면 내 또래의 여자들 제 얼굴과 제 몸들을 가만 안 놔두는 게 요즘의 추세인 듯한데 난 뭔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난 눈에 띄는 미인이나 미남은 아니더라도 ‘귀티’나 ‘지성미’가 있어 보이는 얼굴에 끌린다. 별것 아닌 옷에 화장도 거의 한 듯 안 한 듯 수수하게 대충 차리고 나와도 왠지 말씨나 표정 같은 것이 선천적으로 ‘귀티’가 나 보이는 인상이 있는 것이다. 그런 ‘귀티’야 말로 성형으로도 낼 수 없는 神이 내려준 메리트가 아닐 수 없다.

‘귀티’ 나는 분위기의 얼굴에 잘못 칼질을 해대어서 아주 얼굴이 이상하게 일그러지는 경우를 난 어제 인터넷 화면 상으로 목도했다. 컴퓨터로 미키 루크의 ‘스톰 브레이커’영화를 보았는데 역시 소문이 맞았었던 것이다. ‘나인 하프 위크(Nine Half Week)’에서의 미키 루크를 연상해서는 안 되었다. 그의 열렬한 취미라는, 잦은 권투시합의 여파로 망가진 얼굴을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시행한 성형수술의 후유증 때문이라고만 보기에는 너무나 안쓰러운 그의 얼굴을 스톰 브레이커에서 난 그만 보고 말았다.

전 세계 여자들의 이상형 섹시가이 하면 바로 미키 루크 아니었던가. 브래드 피트도, 다니엘 데이 루이스도 다 필요 없다. 오직 미키 루크만이 진정한 ‘귀티’에 ‘지성미’에 관능미의 화신이다 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여자뿐 아니라 남자 역시 ‘화무십일홍(化無十日紅)’은 과연 진리인가.

어제 오후 내내 그렇게 허탈할 수가 없는 거다. 물론 그의 연기력은 어디 가지 않았다. 악당으로 나왔지만 더 완숙해진 노련한 연기는 일그러진 그의 얼굴을 어느 정도 보완해주면서 ‘그래, 그깟 외모가 뭐지? 한낱 포장지에 불과하지 않나. 미키 루크는 잠시 새 포장지였다가 이젠 그 포장지가 낡아졌을 뿐, 그의 내용물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지 않은가.’하는 생각도 들긴 했다.

세상은 어쩜 공평하기도 하다는 생각도 드는 거다. 어릴 때나 학교 다닐 때 예쁘지 않게 생겼던 친구들도 나이 들어서 동창회 같은 곳에서 만나보면 옛날보다 훨씬 인물이 나아지면서 중후하고 편안한 인상으로 늙어가는 경우를 본다.

그것은 세월에 따른 자신의 마음가짐에 따른 자기 표정의 변화일 수도 있겠고 한편 곰곰 생각해보니 ‘부티’라는 중요한 요소도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여간 우리 나이 정도 남녀들에게서 빠뜨릴 수 없는 안 늙는 비결 중의 하나가 바로 ‘부티’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난 여전히 ‘귀티’쪽에 끌린다. 다소 검약한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중년의 남녀일지라도 왠지 그 내면에서 풍겨 나오는 ‘고상한 느낌’이나 ‘귀티’나 ‘지적인 부위기’는 어쩔 수가 없다는 생각이다.

말씨도 그렇고 사소한 몸가짐이나 남을 배려해 주는 아량도 그렇고.

비록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사람들의 앞에서는 감히 돈 있어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풍겨 나오는 그런 번지르르한 부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뭔갗가 아주 깊은맛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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