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맡긴 생선가게
고양이에게 맡긴 생선가게
  • 임성재 <시민기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6.05.1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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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1년여 전부터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집에 찾아오는 들 고양이 서너 마리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에 대한 경계가 무뎌지고 정이 들다보니 키우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어느 날부터 다리가 하나 잘린 고양이가 오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아예 제 집 마냥 눌러앉았다. 내가 마당에 나가면 마치 길들여진 것처럼 절뚝거리며 따라다니고, 몸을 비벼대기도 한다. 이제는 집주인 행세를 해서인지 배가 부르면 먹이를 남길 줄도 알고 다른 고양이에게 양보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다른 고양이들은 먹을 것만 보면 모조리 먹어 치우고 사라진다. 흔히 말하는 도둑고양이의 습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고양이야 그것이 고양이의 본능이라서 그런다지만 주민의 대변자라고 자처하는 지방의회 의원님들이 도둑고양이 흉내를 내는 것은 우습다 못해 화가 난다. 충북참여연대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서 2014년 7월부터 2015년 12월 10일까지의 충북도의회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받아 분석해서 발표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서 도둑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도의회의 업무추진비는 의정활동과 직무수행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한 제경비로 행정안전부가 정한 기준액 범위 내에서 정하게 되는데, 충북도의회 의장은 매월 420만원씩 년 간 5040만원, 부의장 2명은 매월 각 210만원, 상임위원장은 매월 130만원, 예결특위위원장은 년 간 650만원으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충북도의회 의장, 부의장, 각 상임위원장에게 지급되는 업무추진비는 년 간 2억 90만원이다. 그리고 업무추진비의 집행대상과 방법은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을 근거로 이재민 및 불우소외계층에 대한 격려 지원비, 의정활동 및 지역홍보, 체육활동 유공자 등에 대한 격려 및 지원, 업무추진을 위한 각종 회의·간담회·행사·교육, 현업부서 근무자에 대한 격려 및 지원, 소속위원·상근직원에 대한 격려 지원, 그 밖에 직무수행과 관련된 통상적 경비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비교적 상세하게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발표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보면 업무추진비를 쌈짓돈 쓰듯이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업무추진비의 80% 이상은 간담회라는 명목으로 밥값으로 지급됐다. 그것도 자신들의 지역구에서 대부분을 사용했다. 도의회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이라면 도전체를 아우르는 활동을 하여야 할 텐데 자신의 지역구에서 업무추진비의 대부분을 밥값으로 사용했다는 것은 간담회라는 명목으로 선거법을 피하면서 공금을 이용하여 공짜로 사전선거운동을 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한술 더 떠서 그 밥값을 자신의 부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사용한 도의회 부의장이라는 작자도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또 자신의 지역구를 놔두고 충북도가 아닌 타 도로 넘어가 밥을 먹은 상임위원장도 있다. 그 횟수도 만만치 않아 무슨 이유로 타 도에 가서 밥을 먹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한다는 소리가 영동에는 갈만한 식당이 없어 무주에 가서 먹었다니 해당 지역주민들이 주민소환이라도 벌여야 할 일이 아닌지 모르겠다.

밥만 먹기는 미안했던지 사회복지 시설에 대한 위문품 전달을 했다는데 그야말로 형식적이다. 2014년 7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충북도의회는 설·추석맞이 선물구입비로 총 1830만9100원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중에서 의회사무처 직원과 의원 격려물품 구입비로 1589만1000원을 사용하고, 사회복지시설 위문품 구입비로는 241만8180원을 사용했다. 명절을 맞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앞장서야 할 도의원들이 사회복지시설 위문품 지원과 격려에는 인색하면서 사무처 직원과 자신들 스스로에게는 통 큰 모습을 보였다니 허탈할 뿐이다. 그 밖에도 신용카드 돌려쓰기, 주말에 자기 집 근처에서 사용하기, 증빙서류 제출 미비 등 도민의 혈세로 지급하는 업무추진비를 개인의 쌈짓돈처럼 사용한 내역들은 일일이 다 열거하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밤마다 집으로 찾아오는 고양이들 중에는 유난히 덩치가 큰 녀석들이 있는데 이 놈들은 다른 고양이들을 위협해 먹이를 독차지하면서 대장 노릇을 한다. 이런 도둑고양이를 쫒아 내기 위해서는 부득이 회초리를 들게 되는데 효과가 만점이다. 이런 도둑고양이와 같은 행태를 보이는 도의원들에게 주민들이 회초리를 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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