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축제, 그리고 추억
벚꽃 축제, 그리고 추억
  • 이우범<충주署 수안보 파출소 경위>
  • 승인 2016.05.1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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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이우범<충주署 수안보 파출소 경위>

국내 천연 온천 역사만 3만년 이상을 자랑하는 충주시 수안보면은 해마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충주시는 인간의 삶과 영위를 가장 평안하게 다스린다는 산과 호수, 삼색온천(수안보, 앙성면 탄산, 살미면 유황온천)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이는 국내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유일하게 자연의 혜택을 누리는 지역이다.

지하 200여m 아래에서 솟아올라 53℃에 달한다는 수안보온천은 조선시대 세종대왕도 즐겼다는 문헌 기록도 있다.

주변엔 월악산과 연결된 충주호를 비롯해 신이 내려 주었다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산자수려한 자연경관도 즐비하게 보유하고 있다.

해마다 벚꽃이 활짝 피는 봄(4월)이면 수안보 주민들이 스스로 축제를 벌이고 온천 문화와 놀이를 대내외 관광객들과 함께 즐기며 자랑하고 있다.

수안보 온천 축제엔 외국인은 물론 전국에서 관광객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온천을 함께 즐기며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고 돌아간다.

축제기간에는 사방팔방으로 이어지는 벚꽃 길이 수안보온천을 휘감아 도는 풍경을 연출하며 관광객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때를 맞춰 축제가 한창이던 지난달 16일 낮, 50대 남자가 얼굴이 벚꽃처럼 하얀색을 띤 채 파출소로 뛰어 들었다.

그는 일본인 관광객 마사하루 씨였다. 금방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절망적인 표정이었고 안절부절 못하는 그를 일단 진정시키고 자초지정을 들었다.

그는 수안보온천을 보기 위해 충주에서 타고 온 버스에 카메라를 놓고 내렸다고 한국어로 띄엄띄엄 어렵게 말했다.

한국어가 몹시 서툴렀다. “한국 여행에서 촬영한 사진이 많이 보관돼 있다”며 한숨부터 몰아 쉬는 그의 얼굴은 체념과 절망이 함께 묻어 있었다.

순간 우리 경찰은 그의 추억을 찾아 돌려주기로 했다. 그러나 그는 어떤 버스를 탔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쉽게 표현도 하지 못했다.

우선 그 시간대에 수안보에 도착한 고속버스와 시내버스를 모두 탐문했지만 쉽지 않았다.

모 고속버스 회사의 ARS 대표전화는 무성의한 기계음만 들려줄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짜증만 유발했다.

결국 시내에서 버스 매표소를 함께 운영하는 슈퍼마켓 주인을 찾아갔고 버스회사 비상 연락망을 기록해 보관 중인 노트를 확인했다.

천만다행으로 마사하루씨가 탔던 버스회사와 연락이 닿았고 경북 문경시를 지나던 버스에 그의 카메라가 실려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6시쯤 마사하루씨의 손에 카메라가 되돌아왔다.

한눈에 보기에도 오래된 수동식 카메라였지만 외관의 중후함에서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마사하루씨가 오래 사귄 친구처럼 활짝 핀 벚꽃 같은 웃음을 환하게 웃어 보였다.

불과 두세시간전까지는 금방 울 것 같았던 그의 절망스러운 표정과는 아주 대조적이었다.

그가 연신“감사하다”는 인사말을 건네는 순간 추억을 만들고 사랑을 나누는데는 국경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마사하루씨의 카메라에 담긴 한국 풍경과 수안보온천축제 모습, 대한민국 경찰의 친절이 그의 사진첩에 함께 간직되길 기대했다.

분명 그의 추억 속에는 대한민국, 그리고 수안보온천, 충주경찰의 배려심과 책임감이 고이 남게 될 것이다.

일본에도 벚꽃 명소가 많기로 유명하지만 마사하루씨가 한국여행에서 본 수안보온천과 벚꽃, 경찰의 아름다운 봉사정신은 영원한 추억으로 기억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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