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어버이날이지?
오늘이 어버이날이지?
  • 송홍영 청주 상당 노인복지관장(신부)
  • 승인 2016.05.11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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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 송홍영 청주 상당 노인복지관장(신부)

신록의 푸르름이 짙어져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계절 5월이다. 지난 5월 6일 임시공휴일 지정을 맞아 어린이날부터 생각지 않았던 연휴가 형성되었다.

연휴를 어떻게 보낼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이참에 제대로 효도나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옷가지를 꾸려서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향했다. 올들어서 부쩍 심신이 쇠약해진 어머니와 어머니를 돌보시느라 고생이 많으신 아버지께 연휴기간만이라도 짧은 휴가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나이 든 아들이 징그러울 법도 한데 어머니에게 있어서 자식은 나이와 상관없이 늘 어린애인가보다. 곁에 누워서 어릴 적 엄마와 함께했던 추억들을 나누고, 구석구석 안마도 해드리고 “우리 엄마 참 고우시네!” 라며 얼굴에 난생처음 뽀뽀도 해드리니 어머니는 마냥 좋아하신다.

그렇게 며칠을 어머니 곁에서 보내고 5월8일 어버이날 당일에는 아침부터 일정이 있어서 이른 아침인사를 드리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평소 같았으면 웃으시면서 운전 조심하라고 인사를 건네셨을 어머니께서 왠지 모르게 시큰둥해 보이시는 게 마음에 걸렸다. 저녁 무렵이 되어 전화를 드렸더니 어머니께서는 갑자기 칼국수가 드시고 싶다 하시고, 아버지는 옆에서 아침부터 바삐 나간 아들을 주책없이 왜 또 찾느냐며 두 분이서 옥신각신하신다.

어머니께서 한동안 거의 드시질 못했는데, 입맛이 살아나는 것 같아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칼국수를 포장주문하고 누이에게 연락해 함께 집에 들어서니 어머니는 “오늘이 어버이날이지?”라며 씨~익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어버이날을 핑계 삼아 한 번 더 보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난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응 엄마! 오늘이 어버이날이네~ 아침에도 본 아들이 그새 또 보고 싶으셨어?”라며 곁에 누워 응석을 부린다. 그런데 지나서 생각해보니 내가 대답을 잘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엄마, 오늘만 어버이날이 아니라, 오늘도 어버이날이에요!!”라고 대답할 걸 하는 생각이….

수년째 노인복지 관련된 일을 해오고 있지만, 정작 내 부모님에 관한 복지는 등한시하지 않았는지 돌이켜보게 된다. 일회성 행사로 끝내버리고 마는 어버이날이 아니라, 매일 매일이 어버이날이 될 수 있도록 좀 더 자주 찾아뵙고, 전화 안부라도 여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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