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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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2.1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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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은 하느님의 소유이다
김 훈 일 <초중성당 주임신부>

사람은 누구나 편안하고 따뜻하고 안락한 집을 마련하기를 원한다. 그 집이 이왕이면 전망 좋고 교통과 문화생활이 편리한 땅위에 지어진다면 더 좋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땅에다 가격을 매기고 집의 가치를 달리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집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소유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단독주택으로 공시지가가 85억이나 한다고 한다. 가장 비싼 아파트는 서초동 트라움하우스와 도곡동 파워팰리스로 45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렇게 좋은 집은 무엇으로 만들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많은 돈을 들여서 좋은 집에 산다는 것이 비난 받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요즘의 부동산 문제를 들여다보면 참 걱정이다. 1%의 국민이 우리나라 사유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부동산의 가치는 비정상적으로 그 가격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실히 일하는 평범한 시민들은 평생을 일해도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를 사기가 힘들다. 그러나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투기하면 평범한 시민이 수 십 년을 일해서 모을 수 있는 돈을 단 몇 년에 얻을 수 있다.

이런 구조가 만연된다면 사회적 저항과 경제적 파탄이 일어날 수 있다. 좁은 국토와 많은 인구를 가진 나라에서 부동산 정책이 올바로 서지 못하면 미래가 불투명해 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심각한 부동산 문제에 직면해서 성서가 가르치는 토지의 개념은 욕망에 찬 우리의 모습을 반성하게 한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땅은 하느님의 소유이다. 그래서 이집트의 노예살이에서 해방된 히브리인들은 약속된 땅에 들어오자 이곳의 토지를 각 지파의 숫자와 수요에 따라 분배했고, 각 지파 안에서 다시 가족 수와 그 수용에 따라 가장들에게 분배하였다.

토지 분배의 원칙은 공정과 처분불가였다. 이 원칙은 가나안에 정착하고 있던 민족들의 토지제도와 전혀 달랐다. 그곳에서는 토지의 주인이 도시국가의 임금들이나 귀족들이었고, 백성은 토지를 받아 농사짓는 소작인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서는 모든 지파의 가장에게 그 크기와 필요에 따라 토지를 공정하게 분배하였고, 이렇게 분배된 땅은 아무에게도 팔 수 없었다. 빚 때문에 또는 생계유지가 어려워서 땅을 처분해야 할 경우가 생기면, 가까운 친족이 나서서 그 땅을 사주어야 했다. 그러나 본래의 땅 주인에게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밭을 사준 친족은 그동안 자신이 이 밭에서 얻은 소출 값을 뺀 나머지 금액을 받고 그 밭을 본래의 주인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

이 때 땅을 사고파는 값은 다음 희년까지 남은 햇수의 소출 값으로 환산한다. 남은 햇수가 많으면 땅값은 그만큼 비싸고, 햇수가 적으면 땅값은 그만큼 싸진다. 결국 사고파는 대상은 땅 자체가 아니라, 해마다 땅에서 거두는 소출이었다. 또한 50년마다 돌아오는 희년이 되면 매매 계약의 효력은 정지되고 땅은 본래의 주인에게 되돌아간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땅은 선조들이 지켜냈고, 그분들에게서 얻은 땅이다. 또한 후손들에게 잠시 빌려 쓰는 땅이고 물려주어야 하는 땅이다. 누구도 영원히 땅을 지배할 수 없다. 그런데 땅과 집 때문에 우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것은 땅과 집이 소출을 내고 휴식을 취하는 도구가 아니라 욕망을 확대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도구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땅이 하느님의 창조 질서의 산물이며, 현생의 삶에서 잠시 빌려 쓰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그래서 이 땅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차게 나누어 쓰고 값지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일을 위해서나 휴식을 위해서나 늘 생명을 주는 집과 땅을 가진 사회를 만들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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