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 하은아 <증평도서관>
  • 승인 2016.05.0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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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하은아

중학교에 입학해서 나는 인생의 첫 번째 시련을 만났다. 시간시간 다른 선생님이 들어오시는 것도 신기했지만 태어나서 처음 배우는 과목들이 많아서 혼란스러웠다. 그 중의 수학이란 녀석이 난제였다. 중간고사를 보고 어이없는 점수가 나와 선생님께 가서 따지기도 했다. 내 기준에서는 정말 다 맞았기 때문이다. 그때 당시 나는 선생님께 매우 어이없는 학생이었을 것이다.

왜 그렇게 수학점수가 낮은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 나에게 수학과외를 나선 건 오빠였다. 회색 갱지를 옆에 두고 똑같은 문제를 계속 풀게 했다. 답이 맞을 때까지. 설명은 없었다. 오빠는 답이 맞았다 틀렸다 정도만 알려주었다. 수학 한 문제를 가지고 한나절을 씨름했다. 갱지 수십 장을 쓴 후에야 깨달았다. 빼기 괄호 열고 빼기 사이에는 곱하기가 숨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 말도 안 되는 기본적인 사실을 알지 못해 나는 수학점수가 그토록 낮았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 세상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유치하고 창피한 기억이지만 그때부터 나에게 새로운 삶이 시작된 것 같다.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유은실 저· 장평동화·창비)의 책 주인공은 ‘이비읍’이란 친구다. 순 한글이름이다. 발음도 불편하고 친구들에게 놀림당하기 딱 좋은 그런 이름이다. 비읍이란 이름을 갖게 된 이유는 비읍이의 아빠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 기억에서 미음까지 밖에 알지 못했는데 비읍을 알고 난 후 세상이 열리는 기분을 느꼈기 때문에 아이에게 그런 마음으로 비읍이라는 특별한 이름을 선물한 것이다. 비읍이 아빠의 마음이 느껴져서 한참을 웃었다. 중학교 시절 수학이 준 새로운 세상이 생각이 났다.

이 책은 그런 비읍의 성장기를 다룬 책이다. 비읍이의 상처를 어루만져 준 것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작가의 동화책이었다. 비읍이는 ‘내 이름은 삐삐롱스타킹’을 읽으면서 아빠 없는 빈자리의 슬픔을 위로받고, ‘펠레의 가출’을 보고 가출할 계획도 짜고 ‘산적의 딸 로냐’를 읽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지를 정해보기도 한다. 비읍이는 린드그렌 작가를 만나는 것이 소원이다. 어서 스웨덴으로 가서 린드그렌 작가에게 맘껏 자기 마음을 위로받고 싶어한다. 비읍이를 통해서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별거 아닌 것들에 대한 상처와 위로가 나를 성장하게 했다는 사실을 비읍이를 통해서 다시 한 번 알게 된다.

비읍이는 린드그렌 작가의 동화를 통해서 치유하고 위로를 받았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많은 이야기를 만나 내가 위로를 받았다. 일상에서 느껴지는 소소한 상처에 주인공들 이야기가 호~ 하고 바람을 넣어주고 있다.

추억소환하는 것이 요즘 유행이다. 우리 책장 구석에서 먼지 쓰고 있을 동화책 한 권 읽어보자. 지금 나의 힘듦에 말없이 어깨를 토닥여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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