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길로 가는 길
바른 길로 가는 길
  • 윤원진 기자
  • 승인 2016.05.03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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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윤원진 차장(충주주재)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총학생회장이 학우들의 권리를 되찾겠다며 단식 농성을 벌이다 정신을 잃고 병원에 실려갔다.

하지만 대학측은 여전히 학생들간의 문제라며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농성 13일이 지나도록 행정동 뒤에 위치한 농성장소를 찾은 학교 관계자는 단 1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총학생회 반대편에 선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식에 학생처 관계자가 참석하며 각종 의혹까지 양산하고 있다.

이 당선인은 지난 3월 실시된 총학생회 선거에 단독 출마해 투표율 53.5%, 찬성율 78.1%로 이 학교 학생들에 의해 당선됐다.

그러나 이 대학 선관위는 관행대로 진행되던 4학년 졸업예정자들의 선거참여 여부를 이의제기로 받아들여 재선거를 결정했다. 당선인은 이를 거부해 출마 자격까지 박탈당한 상태다.

당선인은 ‘납득할 수 없는’ 이의제기에 대한 증빙자료를 선관위측에 요구했지만, 존재 여부도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이의제기를 받아들인 이 대학 선관위원 일부가 비대위에 참여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단순히 학생들간의 갈등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는 지난해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 D등급과 ‘지잡대’ 사태로 구성원간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정확히는 아직까지 진행형이다.

자신의 대학을 ‘지방에 있는 잡 대학’으로 표현하며, 학생들에게 자퇴를 강요하던 전 학장은 아직까지도 버젓히 전공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심지어 이 교수를 비롯한 대학구조조정의 핵심 인물들은 여전히 요직에 머무르며 건재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총학생회장은 바로 이 문제를 꼬집으며 학생들의 지지를 얻어 낸 인물이다. 학생회와 합의 없는 학사구조조정 방지 등 학교의 민주적 운영을 제1공약으로 내걸었으며, 지잡대 교수의 퇴출에도 나설 것이라 선언했다.

이런 점에서 이의제기를 받아들인 선관위원 일부가 비대위를 구성해 운영에 나섰다는 점은 시사점이 많다.

관행대로 이뤄지던 선거방식에 이의가 제기된 점, 선관위원 일부가 비대위 구성에 앞장선 점, 선관위와 비대위 핵심인물들이 지잡대 교수와 그 측근들이 학장으로 있는 단과대의 학생회장 인 점 등이 가장 짙은 의혹이다.

이 때문에 당선인은 특정인물의 개입설을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측은 ‘중재’로 포장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총학생회장은 이번 선거에 임하며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사자성어를 내세운 바 있다.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 길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바른길’은 아직 멀어보인다.

학생들의 손으로 선출된 총학생회장이 학우들의 권리를 되찾겠다며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이 대학 구성원 누구하나 공식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학은 옳은 소리를 하면 징계를 받는다는 소문이 주위에 자자하다. 교수들마저 그러한데 학생들이 나서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생업에 바쁜 동문들이 찾아가 도와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누군가는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할 책임이 있다.

119구급대원에 의해 병원에 실려 갔다가 퇴원한 당선인은 또 다시 총학 정상화를 위해 무기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20대 청년이 목숨을 걸고 투쟁에 나섰다. ‘지잡대’로 남을 것인지 ‘자존심 있는 대학’으로 남을 것인지는 학교 구성원들의 선택에 맡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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