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푸드와 농업
슬로푸드와 농업
  • 반기민 <충북대 산림학과 겸임교수>
  • 승인 2016.05.0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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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 반기민 <충북대 산림학과 겸임교수>

슬로푸드를 위한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노력이 시민들에 의하여 진행되고 있다.

슬로푸드란 무엇인가? 느리게 먹는 것이 아니다. 슬로푸드 철학은 맛도 좋고, 건강에 이로우며, 문화적으로도 맞는 음식과 생산이나 유통이 환경에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음식, 먹을거리 생산자의 노고를 인정하고 그것을 보상한 음식을 말하고 있다. 즉 ‘품질 좋고 깨끗하며 공정한 방식으로 제조한’ 음식이다. 슬로푸드한국협회장인 김종덕 교수는 “슬로푸드운동은 단지 패스트푸드를 반대하는 운동, 좋은 음식을 먹는 운동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슬로푸드운동은 음식을 다루되, 땅, 물, 공기, 생물다양성, 경관, 건강, 전통지식, 즐거움, 관계, 나눔 등을 다룹니다. 음식보다 농업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농업 없이 음식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농업엔 반드시 농민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슬로푸드운동이 가족농을 중시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입니다”라고 한다.

슬로푸드운동은 1989년부터 이탈리아의 소도시 브라에서 시작되었다.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시하고 전통음식보전운동을 펼치는 등 활발한 활동으로 전 세계 미식가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렇게 슬로푸드운동은 전통적인 음식을 유지·보존하고, 환경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소규모 생산자들을 보호하며, 미래에 대비하여 아이들과 소비자들에 대한 미각교육을 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슬로푸드운동이 진행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우리의 농업에 대한 성찰과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다양한 논의를 민간차원에서 추진하게 되었고, 음식문화도 우리의 전통의 것을 찾아서 조리하고 음식을 나누는 행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우리 고유의 종자를 보존하는 일도 국가차원에서도 하겠지만 민간차원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우리의 농촌을 찾아가고 지역에서 건강하게 생산된 농산물로 안전한 음식을 제조하고 나누는 일들이 증가하고 있다. 농민과의 직거래를 통하여 얼굴 있는 농산물을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제철 농산물을 먹고, 유전자조작농업을 중단시키고 농촌 지역의 생산자들과 소비자들이 함께 공생하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이 필요하다.

슬로프드운동 중에서 <맛의 방주>라는 사업이 있다. 이는 사라지는 종자나 동물, 식물, 음식 등을 슬로푸드 생물다양성재단에 등재하고 널리 알려 지키는 프로젝트이다. 우리나라의 것도 60여 가지가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맛의 방주에 등재되면 개인의 것이 아닌 지역 공공의 자산이 되고 문화가 되어 우리와 함께 지속적으로 살아갈 자산이 되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우리의 것을 맛의 방주에 등재하고 지켜나가는 일들이 농업을 살리고 국민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슬로푸드를 통하여 소비자와 농업생산자의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이것이 도농간의 만남이 되고 농촌을 이해하는 소비자가 늘어가고 농민들은 농업을 통하여 더 안전하고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여 교류하는 기회를 늘리게 되면, 농업은 지속가능하게 유지되고 적절한 배려를 통하여 생산비가 보장되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게 될 것이다. 또한 도시민인 소비자들은 좋은 먹을거리를 안전하게 안심하고 먹을 기회를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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