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의 달 오월에
보은의 달 오월에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6.05.0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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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푸른 오월입니다. 산도 푸르고 나무도 푸르니 사람들 마음도 푸르러 집니다. 푸르다는 건 청초함과 신선함을 의미하지만 힘과 기백의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대지가 푸르고 사람의 생각과 행동도 푸르러 세상이 아름답게 보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월은 일 년 중 기념일이 가장 많은 달입니다.

근로자의 날(1일),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유권자의 날(10일), 입양의 날(11일), 스승의 날(15일), 가정의 날(15일), 성년의 날(16일), 발명의 날(19일), 부부의 날(21일), 방재의 날(25일), 바다의 날(31일)이 있고 청소년주간도 있습니다.

모두 의미 있고 소중한 날들입니다. 그 의미의 되새김과 가치의 확장이 이루어져야 진정한 기념일이 됩니다. 계절의 여왕 오월은 청소년의 달과 가정의 달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감히 보은의 달이라 명명합니다. 미래를 짊어질 어린이와 청소년과 성년이 된 청춘들을 격려하고,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과 가르쳐주고 이끌어준 스승님께 감사하며, 동고동락하는 배우자에게 사랑과 감사를 표하는 달이기 때문입니다.

감사는 보은을 수반하고, 보은은 더 큰 감사를 창출하는 선순환 고리입니다. 보은 없는 감사는 메아리 없는 수사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감사하는 마음이 보은의 행동양식으로 나타날 때 감사의 꽃이 활짝 핍니다. 그러므로 보은하는 사람이 아름다운 사람이며, 그런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좋은 사회입니다.

그러나 세상에 감사는 강물처럼 흐르는데 보은은 가뭄에 콩 나듯 합니다.

다들 감사의 빚을 잔뜩 지고 살면서도 이자는커녕 원금도 제때 상환하지 못하고 사는 까닭입니다.

폐 끼치지 않고 사는 게, 자가발전 하는 게 보은이라 여기며 살다가, 철들고 살만하면 야속하게도 부모님과 스승님은 저 세상에 계십니다. 생존해 계신다 하더라도 늙고 병들어 국외여행도 힘들고 맛난 음식도 그림의 떡이 되고 맙니다. 감사는 한량없는데 보은의 길은 이리도 더디고 험합니다.

그러므로 있을 때 잘해야 합니다. 내일로 미루면 회한만 남습니다. 지금 행동해야 합니다. 돈과 물질로 보은해야 한다는 선입감과 편견이 보은을 어렵게 만듭니다. 사실 제 앞가림하기도 벅찬 샐러리맨들에겐 마음 따로 몸 따로입니다. 마음은 굴뚝같으나 주머니사정이 따라주지 않으니 포기하고 체념하게 되는 거죠.

오월은 기념일이 많은 탓에 가계지출이 가장 많은 달입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들이 모두 돈 먹는 하마이니까요. 거기다가 결혼기념일이나, 가족 생일이나, 일가친척 애경사나, 제삿날들이 겹치면 얄팍한 지갑이 여지없이 바닥나고 맙니다. 아니 마이너스가 됩니다.

그래서 가난한 가장들에겐, 바쁜 가장들에겐 챙겨야 할 날이 많은 오월은 축복의 달이 아니라 오히려 잔인한 달이 됩니다.

그러므로 보은의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보은이 스트레스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받는 쪽도 주는 쪽도 부담이 없어야 합니다. 받는 자도 주는 자도 행복해야 진정한 보은입니다.

안부를 묻는 전화 한 통과 편지 한 통에도 충분히 위안받으며, ‘사랑해요. 고마워요’란 말 한마디에도 격려와 위로가 됩니다. 보은의 기본이자 시작은 바로 관심과 배려입니다. 물론 돈과 물질이 더해지면 금상첨화지요. 하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은 존재감과 존귀함을 인식게 하는 것입니다.

보은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오월 한 달만이라도 감사의 마음 가득 담은 푸른 언어를 씁시다. 미움과 저주와 증오의 마음과 욕스럽고 쌍스러운 언어를 삼갑시다. 아니 쓰레기통에 죄다 버립시다.

보은의 달 오월이 푸르게 짙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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