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정수(精髓) 청주고인쇄박물관
대한민국의 정수(精髓) 청주고인쇄박물관
  • 박숙희<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6.05.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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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 박숙희<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마음의 문을 열고 더 자세히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를,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으로 반추하려는, 「직지」상권 열여섯 번째 이야기는 청원행사 선사의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 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청원행사 선사가 6조에게 묻되 “마땅히 어떻게 힘을 써야만 곧 계급에 떨어지지를 아니합니까?”6조께서 말씀하시기를 “네가 일찍이 무엇을 하여 왔느냐?”청원 스님이 말씀하시기를 “거룩한 진리도 또한 하지 않습니다. 6조께서 말씀하시기를 “거룩한 진리도 오히려 하지 않거든 어떤 계급이 있습니까?”6조께서 깊이 그릇(法器)으로 여기셨다.

계급이란 것은 지위점차를 말하는 것. 계급에 떨어지는 것은 돈오성불하지 못하는 것이란다. 즉 일초직입여래타(一超直入如來他)를 못했다는 것이겠다. 한 번 뛰어서 부처의 지위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것. 공무원도 뛰어난 공무원들은 급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 아니겠는지. 도지사까지는 일급이지만 도지사 이상 장관부터는 무급이다. 이는 계급에 떨어지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 ….

청원행사 선사가 “어떻게 공부를 하고 어떻게 힘을 써야만 곧 계급에 떨어지지 않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니까 6조께서 “전에는 어떤 공부를 했느냐?”고 되물으셨다. 그러자 청원 스님이 “이 세상에 제일가는 거룩한 성인의 진리까지도 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하였단다.

이는 중국 양나라 초대 황제 양 무제가 달마 대사에게 “어떤 것이 제일 첫째가는 진리입니까?”라고 물으니 달마가 “확연히 진리도 없습니다.”하고 답한 것과 상통하지 아니한가.

본래 한 물건도 없는 도리를 아신 것이다. 잘 알고 있으면서 6조께 물은 것이 아닐는지. 즉 모르고 물은 것이 아니라는 것. 공부가 어떤가 하고 감정을 받기 위한 물음이라는 것이겠다. 청원행사 대사의 대답에 6조 혜능 선사는 공부가 대단히 잘 되었다고 수긍한 것이란다.

좋게 보는 것을 기지(器之) 라고 한다는데, 좋게 보는 것보다 참으로 더 좋게 보는 을 심기지(深器之)라고 한단다. 청원 선사의 공부를 이것에 비유했다는 것이겠다.

역사와 시를 좋아하는 여행자에겐 숭배의 대상인 스페인의 알람브라 궁전…. 그라나다를 지배했던 마지막 아랍 왕조인 나사리 왕국(1231∼1492)의 마지막 왕 보압딜은 1492년 1월 2일 스페인을 공동 통치하던 부부(夫婦) 군주, 이사벨라 여왕과 페르난도 왕에게 그라나다를 내주면서 “그라나다를 잃는 것보다 알람브라 궁전을 다시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더 슬프다.”고 말했다고 한다.

붉은 성(城)이란 뜻의 알람브라 궁전은 아프리카로 물러난 아랍인들이 스페인에 남기고 간 문화유산이다. 스페인 왕실이 힘을 잃으면서 한때 폐허가 됐던 알람브라는 미국작가 워싱턴 어빙이 알람브라 궁에 머무르면서 궁에 얽힌 이야기를 엮어낸 소설집 <알람브라의 이야기> 덕분에 다시 빛을 봤다고 한다. 이후 스페인의 음악가 프란시스코 타레가의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클래식 기타 연주곡 등 예술가들은 알람브라 궁전에서 영감을 얻어 불후의 예술 작품이 탄생하였단다.

이와 같이 청원행사 선사의 일초직입여래타(一超直入如來他)처럼, 직지의 정신이 녹아 있는 청주고인쇄박물관과 그 주변 지역이 수많은 문호와 예술가를 자극할, 청주의 역사는 알수록 더 보이는 양파 같은 공간으로 거듭나게 하려는 큰 청사진을 진행하게 해야 하지 않겠는지. 그래서 이 박물관이 대한민국의 정수(精髓)로 거듭나길 깊이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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