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市長)의 조건
시장(市長)의 조건
  • 임성재 <시민기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6.04.2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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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 공정한 세상’, ‘상식이 통하는 세상’, ‘모두가 잘사는 세상’은 온 인류가 꿈꾸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치가 존재한다. 그리고 모든 정치인은 말한다. 그런 세상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그런데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떤가, 공정하고 상식적이며 모두가 잘사는 세상이 되었는가? 많은 사람들이 단호히 고개를 저을 것이다. 그런 세상을 만들기는커녕 더 불공정해지고 더 비상식적이 되고,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으니 그런 세상은 정녕 이상향인지 모를 일이라고.

그런데 그런 세상을 만들겠다고 좌충우돌하는 정치인이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성남시는 인구가 98만명에 1년 예산이 2조4000억원쯤으로 우리나라에서 11번째로 큰 도시다. 이런 도시의 시장이 중앙정부의 반대와 견제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못해도 성남시는 한다’며 소신있는 복지정책들을 추진하고 있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재선 시장이 된 그의 소신행정은 취임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으로 당선된 그는 시장에 취임하자마다 지자체 역사상 처음으로 성남시의 모라토리엄(채무지급유예)을 선언해 전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 이후에도 거침없는 독자적인 행보로 각종 복지제도와 예산 집행은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베풀어주는 시혜정책으로 인식해온 시민과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행정과 정치를 이렇게 바꿀 수도 있겠다는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지난 27일 서원대학교 목민관 강당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의 청주강연이 있었다. 강당을 가득매운 청중들은 두 시간이 넘도록 쉬지 않고 쏟아내는 정치철학과 삶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가난 때문에 중·고등학교를 다니지 못한 그는 공장노동자로 일했다. 어린나이에 노동자로 일하면서 산업재해를 당해 장애 6급의 판정을 받기도한 그는 주경야독으로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들어갔고, 사법고시에 합격해서는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성남참여연대를 결성하여 시민운동에 매진하던 그가 정치에 발을 들여 놓게 된 계기는 성남시립의료원 건립을 위해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만든 설립조례안을 성남시의회가 논의도 없이 부결시켜버리는 것을 보고 직접 정치를 해야겠다고 결심하면서이다.

시민운동을 하다가 사법 처리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런데 그는 시민운동을 하다가 구속되고 수배도 당했다. 대충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이었다. 그런 성격 탓에 그의 시정 운영도 거침이 없다. 취임해서 시의 재정을 보니 빚이 7285억원이었다고 한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며 막연하게 생각해 왔던 것보다 훨씬 큰 규모였다. 그래서 그는 어느 누구도 감히 생각지 못했던 성남시의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예산 절감에 매달렸다. 취임 후 1년 넘게 그가 한 일은 예산서를 보면서 사업의 우선순위를 조절하고, 예산을 깎는 일이었다. 해당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쳐도 굴하지 않고 주민들을 설득해 나갔다. 그렇게 해서 3년6개월 만에 성남시의 빚을 다 청산하였고, 예산서를 꼼꼼히 검토한 덕에 시정을 깊이 있게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얻은 결론은 정부든 지자체든 허투루 집행되는 예산을 찾아내서 절약하면 예산의 7~10%는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예산을 활용해 산후조리비용 지원, 중학생 무상교복, 청년배당 등 기존 복지제도 이외의 성남시 만의 새로운 복지제도를 만들면서 성남시를 살고 싶은 도시 1위의 도시로 올려놓았다.

사실 말은 쉽지만 지자체의 예산을 깎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저항에 부딪치기 일쑤다. 그런 반발 속에서 어떻게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의 대답은 명쾌하다. 시장이 나쁜 짓 안하고, 예산을 공정하게 집행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시민이 맡겨준 권한을 공정하고 상식이 통하도록 집행하면 지자체 나름의 많은 일을 할 수 있음을 성남시는 보여준다.

청주시 인구는 85만명이고, 연 간 재정규모는 1조8000억원쯤 된다. 성남시에 비해서 인구나 재정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독자적인 정책을 펼치기에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다. 성남시를 타산지석삼아 청주만의 독창적인 복지정책과 행정을 연구해 볼만하다. 시장의 생각이 바뀐다면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청주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꿈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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