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송 찬 호
님께서 새 나막신을 사 오셨다
나는 아이 좋아라
발톱을 깍고
발뒤꿈치와 복숭아뼈를 깎고
새 신에 발을 꼬옥 맞추었다
그리고 나는 짓찧어진
맨드라미 즙을
나막신 코에 문질렀다
발이 부르트고 피가 배어 나와도
이 춤을 멈출 수 없음을 예감하면서
님께서는 오직 사랑만을 발명하셨으니
# 작은 신발에 발을 맞추는 일은 발톱과 발뒤꿈치와 복사뼈를 깎아도 어려운 일입니다. 자신을 짓찧는 이 일이 그럼에도 가능한 것은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번연히 죽는 줄 알면서도 춤을 출 수밖에 없는 처절한 사랑. 그러나 죽음 같은 사랑을 안겨준 그 님은 사랑을 일으킨 것 외엔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설핏 소월 시인이 어깨를 치고 달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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