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계약의 여운
결혼계약의 여운
  • 김기원<시인·문화평론가>
  • 승인 2016.04.2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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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 김기원<시인·문화평론가>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든 MBC주말드라마 ‘결혼계약’이 지난 일요일 종영되었습니다.

통속적인 멜로드라마임에도 동 시간대에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한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아마도 정유경 작가의 탄탄한 극본과 김진민 연출가의 뛰어난 연출력 그리고 출연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명품연기가 삼위일체를 이루었기 때문일 겁니다.

정유경 작가는 ‘결혼해주세요’, ‘최고다 이순신’, ‘넌 어느 별에서 왔니’, ‘사과꽃 향기’등 13편의 드라마를 쓴 중진작가입니다. 그의 작품에는 늘 긍정의 삶과 희망의 언어가 녹아 있습니다.

‘제발 같이 살자구요’, ‘너 내가 살릴게’, ‘따라 죽을까 봐 죽지 못하겠어’ 같은 가슴 찌릿한 명대사를 빚어내는 언어의 마술사입니다.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줄거리를 요약해 드립니다.
남자 주인공 한지훈(이서진 분)은 스펙과 능력이 출중한 재벌가의 둘째아들입니다. 간 이식을 해야만 살 수 있는 딱한 어머니가 있습니다. 그가 어머니를 살리려고 간 이식을 해줄 사람을 찾으면서 극이 전개됩니다.

여자 주인공 강혜수(유이 분)는 남편과 사별한 후 어린 딸과 함께 사는 싱글맘입니다. 심성 좋고 예쁘나 뇌종양을 앓는 시한부 인생입니다. 딸아이 양육비를 마련할 요량으로 자신의 간을 팔고자 합니다.

그렇게 간을 매개로 지훈과 혜수의 만남이 시작됩니다. 간 이식에 필요한 신체조건이 지훈 모와 맞아 합법적인 간 이식을 위해 돈을 받고 결혼계약을 합니다.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간을 이식시켜주려는 위장결혼인 거죠.

그렇게 삶의 벼랑 끝에 선 흑수저와 부러울 게 하나 없는 금수저가 위장부부가 되어 어머니를 살리려 애를 씁니다. 진정으로 지훈 모를 살리려 하는 혜수의 따뜻한 인간애와 귀여운 딸 은성이의 천진난만함에 이끌려 돈과 일밖에 모르던 차도남 지훈이가 사랑에 빠집니다.

후계자 자리에 위협을 느낀 이복형 정훈의 방해공작과 지훈의 첫사랑이었던 재벌가 딸 나윤의 구애공세가 펼쳐지고, 지훈을 후계자로 삼으려는 아버지의 욕심과 회한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합니다.

지훈 모는 혜수의 간 이식을 거부하다가 외삼촌의 간 이식으로 새 삶을 찾고, 지훈은 재벌후계자 자리도 마다하고 직장을 뛰쳐나와 언제 죽을지 모르는 혜수와 결혼을 합니다.

드라마는 그렇게 꺼져가는 생명을 부여안고 있는 한 남자를 뒤로하고 대단원의 막이 내립니다. 혜수가 죽지 않기를 바라는 시청자들의 염원에 대한 작가의 배려였습니다. 아무튼 근래 보기 힘든 가슴 먹먹한 순애보였고 한편의 서사시였습니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설정이긴 하나 전편에 흐르는 따뜻한 인간애와 순애보가 녹아 있어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차갑고 안하무인이었다가 순애보로 변해가는 지훈이의 캐릭터를 이서진이 농익은 연기로 잘 담아냈고, 약간 어눌해 보였던 유이의 연기도 회를 거듭할수록 안정감을 주었으며, 유이의 아픈 표정연기와 이서진의 처연한 눈물연기는 압권이었습니다.

또한 김광규와 김소진의 감칠맛 나는 개성연기와 은성 역을 한 아역배우 신린아의 귀엽고 깜찍한 연기가 보는 재미를 더했습니다. 야외 촬영지도 아름다웠고, 3마리 고양이와 소품들도 알파가 되었습니다.

돈과 출세가 신앙처럼 되어버린 작금의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사는 것인지, 진정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자문케 하는 수작이었습니다.

혜수가 딸에게 한 명대사 ‘엄마가 없어서 아빠가 없어서 불행한 것이 아니라 사랑받지 못해서 불행한 거야’가 지금도 귓전에 맴돕니다. 그렇습니다. 있을 때 여한 없이 사랑하라는 메시지입니다. 그대도 그렇게 사랑하기 바랍니다.

/시인·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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