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말(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말(言)
  • 유현주<오송도서관>
  • 승인 2016.04.2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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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 유현주<오송도서관>

농익은 기교로 쓰여진 수천편의 시보다, 진실한 마음을 담은 단 한 줄의 시 구절이 감동을 주고, 무심히 귓가를 스쳐가는 여러 곡의 유행가보다, 진심을 담은 일성호가(一聲胡?)가 심금을 울리는 것처럼. 의미 없는 천 마디의 말보다, 마음에 와 닿는 한 마디가 더욱 가치 있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다.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한마디에 돌이킬 수 없는 사랑에 빠져 보기도 했을 것이고, 실패의 눈물을 어루만져준 손수건 같은 소박한 위로가 되기도 했을 것이며, 얼얼한 채찍이 되어 마냥 나태해지는 마음을 다잡은 적도 있고, 갈 곳 몰라 갈팡질팡 헤매 일 때 길이 되어 준 적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한마디 말로 마음에서 마음을 전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말이 지닌 가장 큰 힘이 아닐까.

그래서일까. 우리네 삶 속에서는 그렇게 누군가에게 들었던 한마디가 평생 잊히지 않는, 강렬한 인생의 지침이 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우리가 하는 말에는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의 삶까지도 통째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위력을 지녔기에 어느 작가는 ‘말은 말할 것도 없이 인류가 사용한 가장 효력 있는 약’이라고 하였다.

『한 줄의 힘』을 쓴 ‘스티브 콘’도 듣는 즉시 매료되어 오랫동안 기억되는 한마디를 ‘파워 라인(Power line)’이라 부르며, 말의 힘을 강조한다.

그 예로 뉴욕 어느 방송국은 매일 밤 뉴스가 시작되기 전 “10시입니다. 당신의 아이들은 어디에 있나요?”라는 말을 내보냈다고 한다. 이 말은 아이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부모들의 마음을 환기시키는 한편 아이들 스스로 귀가 시간을 지키게 하였다고 한다.

말의 힘은 위인들의 삶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슈바이처가 어린아이였을 때 어느 날 동네 아이와 싸움이 붙었다. 슈바이처가 아이를 쓰러뜨린 뒤 주먹을 올려붙이려는 순간 아이가 외쳤다. “내가 너처럼 매일 고깃국만 먹을 수 있었다면 절대로 지지 않았을 거야”

그 한마디는 슈바이처의 마음을 뒤흔들었고, 그의 일생을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돌보는데 힘을 쏟게 하였다고 한다.

1864년 두 번째 대통령 선거를 앞둔 링컨은 재선이 불투명했다. 상대 후보와 내부 반대 세력이 안팎에서 공격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링컨은 “개울물을 건너갈 때는 말을 갈아타지 마라”라는 한마디로 아직은 리더를 바꿀 때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전달했다. 호소력 짙은 이 말은 국민의 마음을 움직였고, 링컨은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듯 간단하면서 명확한 메시지, 그리고 진실이 녹아들 때 그 말은 놀라운 힘을 갖는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표현하고,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심을 담아내느냐에 따라 상대방에게 감동을 줄지, 혐오감을 줄지 갈리게 된다.

예부터 닭은 새벽을 알리는 정확한 울음소리를 으뜸으로 꼽았다. 그러나 개는 시도 때도 없이 짖는다. 낯선 이를 보면 두려움에 짖고, 낯익은 이를 보면 반갑다고 짖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닭 울음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만 개 짖는 소리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자신의 말이 길고 긴 어두운 밤이 끝나고 새벽이 왔음을 알리는 의미 있는 소리가 될지 아니면 ‘또 짖는군.’이라고 폄하될지는 모두가 제 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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