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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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은숙<괴산 동인초>
  • 승인 2016.04.25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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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민은숙

봄이다.

벚꽃에 진달래를 보면 그 화사한 핑크색이 매우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적에 핑크색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다 커서 핑크색이 매우 좋다. 휴대폰 케이스 같은 작은 소품을 전부 파스텔 핑크로 맞추고, 나에게 주는 선물로 핑크색 아이섀도 팔레트를 하나 장만했다. 화장을 하진 않아서 그냥 보고만 있는데도 예쁜 핑크색들이 모인 팔레트를 보니 너무 행복해진다.

오늘 소개할 책도 그 핑크색에 관한 책으로, 책 제목부터가 ‘핑크’다. 낸 그레고리 글, 길벗 어린이에서 나온 책이다. ‘핑크’하면 너무 많은 책 제목이 검색되니 저자 이름으로 검색하는 것을 권해 드린다.

비비라는 한 소녀가 있다. 비비는 다른 아이들처럼 핑크를 가지고 싶어한다. 다른 ‘핑크 공주’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핑크로 잔뜩 꾸미고 다니고 싶어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장난감 가게 진열창에 비비가 바랬던, 반짝이는 핑크 드레스를 입은 신부 인형을 보게 된다. 비비는 인형을 갖고자 부모님을 졸라보지만, 비비의 아빠는 트럭 운전을 하며 살아서 형편이 어려워 그 인형을 사 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자기 힘으로 핑크를 사려고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 하지만 결국 그 인형은 다른 사람에게 팔리게 되는데….

짐작하셨듯이, 비비는 결국 핑크 인형을 가질 수는 없었다. 책의 마지막을 살짝 말하자면, 그 핑크 인형 대신에 아빠의 따뜻한 마음과 사랑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다.

책을 넘기면서 어릴 적 형편이 좋지 않아 포기해야 했던 많은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결국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얻으려고 노력했던 것이 생각났다. 결국 가질수 없었던 것은 포기하면서 실패와 체념을 배웠고, 내 감정을 잘 다스리는 법을 배운 거 같다.

비비가 참으로 대견하고, 어릴 적 나보다 어른스러워서 안쓰러운 책이다. 사랑스러운 아이에게 다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인데, 하모니카를 불며 비비를 위로해줬던 아빠에게 감정이입이 돼서 안타까운 책이기도 하다. 조금은 안쓰럽고 슬픈 책이지만, 함께 읽으면서 아이에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너에게 모든 것을 다 사 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다. 그리고 너도 비비처럼 정말 갖고 싶은 게 있다면 노력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게 결국 이뤄지지 않더라도, 조금 다르게 보면 더 소중한 게 있을지도 몰라. 아빠도 비비한테 인형을 사주지 못해서 슬플 거야. 아빠와 비비의 마음은 핑크보다 더 핑크 같을 거야 하면서.

핑크 삽화를 보면서 행복해지고, 책 내용에 마음도 핑크가 되는 책이라서 봄과 참 어울린다. 이제는 그래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핑크로 꾸밀 수도 있지만, 몸이 아니라 마음도 핑크로 꾸미고 싶은 그런 책이다.

같이 읽은 책이 마스다 미리의 ‘뭉클하면 안 되나요?’라는 책이었다. 작은 일상에서부터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훈련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나의 핑크색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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