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에 주는 고언
새누리당에 주는 고언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6.04.2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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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4·13총선 패배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새누리당에 고한다.

아물어가려는 상처를 들쑤셔 덧나게 한다고 야속타 말기 바란다.

적당히 꿰매고 봉합하면 미래가 없으니 뼛속까지 퍼진 독과 고름을 짜내려 함이다.

당신들은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일여다야의 선거에서 대패했다. 도저히 질래야 질 수 없는 야권분열의 어부지리를 얻고도 참패했다.

과반의석은커녕 제1당 자리마저 더불어민주당에게 넘겨주었다. 최고위원도 공천심사에 참여했던 고위당직자들도 줄줄이 떨어졌다.

집권여당의 개망신이고 박근혜정권의 수모였다.

그럼에도 당대표와 최고위원들만 사퇴했을 뿐 아직 통렬한 자기반성과 진정한 대국민 사죄가 없다. 네 탓과 어설픈 변명만 늘어놓고 있으니 새누리당과 대통령지지도가 바닥을 치고 있다.

돌아보면 과반이 훌쩍 넘는 의석을 갖고 있었음에도 덩칫값을 하지 못했다. 야당에 질질 끌려다니면서 국회선진화법 타령과 청와대 눈치만 보다가 이 지경이 되고 말았다.

당의 최고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의는 봉숭아학당이었다.

대표가 경고성 발언을 하면 옆자리에 있던 최고위원이 대표에게 역 경고를 보내는 웃지 못할 코미디가 다반사로 벌어졌다.

대표에게 임명장을 받은 공천관리위원장이 대표를 물 먹이고, 뿔 난 대표는 옥새 파동을 일으켰다.

공천심사에서 배제된 인사들이 대거 무소속으로 출마해 상당수 후보가 여당후보를 누르고 당선되었거나, 여당표를 잠식해 더불어민주당후보의 당선을 돕는 배신의 정치가 횡횡했다.

49석이 걸린 서울에서는 탄핵 역풍이 몰아친 지난 2004년 총선 때보다도 4석이나 적은 12석을 겨우 건졌다. 민심의 지각변동이 그리도 컸다.

아무튼 4·13총선의 가장 큰 패인은 새누리당의 오만한 공천과 청와대의 불통과 독선에 대한 민심이반이었다.

그러므로 먼저 공천에 관련된 인사들과 박근혜 대통령의 진솔한 자기반성과 진정어린 사죄가 있어야 한다. 그런 후 민심이반을 되돌릴 참신하고 개혁적인 비대위가 꾸려져야 한다. 그래야 등 돌린 민심을 조금이나마 되돌릴 수 있다.

새누리당은 보수를 표방하는 원내에 유일한 당이다. 우리 사회에 보수층은 늘 그만큼 그 자리에 있다. 그들이 이번 총선에서 기권하거나 역 투표를 해 수도권 대패는 물론 텃밭인 대구 부산 경남에서도 상당수 의석을 야당에 내주는 회초리를 들었다.

보수정당을 아주 버린 게 아니라 잠시 지지를 유보하거나 철회했을 뿐이다.

보라. 불모지인 전남과 전북에서 1석씩 얻어 체면치레를 했듯이 좋은 후보만 내면, 진정성을 가지고 열심히 뛰면 언제든지 전세가 뒤바뀔 수 있다.

당신들이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았듯이, 국민도 친박과 비박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아니 그런 볼썽사나운 싸움에 진저리를 냈다.

그러므로 대선의 승자가 되려면 먼저 친박부터 해체해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해도 좋고, 입 줄에 오르내리는 정치인들 스스로 해도 좋다. 그런 후 친박과 비박이 모두 헤쳐모여 ‘따뜻한 보수’, ‘건강한 보수’, ‘잘사는 보수’등으로 새판을 짜야 한다. 다시는 낙동강 오리알이 되지 않으려면 조용히 천막당사의 정신으로 돌아가 권토중래하라.

정치에 영원한 승자나 영원한 패자는 없다. 오늘의 패배가 내일 승리의 약이 될 수 있고, 오늘의 승리가 내일 패배의 독이 될 수 있다.

국민이 공감하는 비대위와 참신한 당 대표와 국민이 감동하는 대권후보를 창출하면 빼앗긴 땅에도 봄은 온다.

국회는 신뢰와 지지의 전진기지다. 우선 원내대표부터 잘 뽑아 국회를 대화와 타협의 장이 되게 하라.

국민이 애증을 갖고 도처에서 당신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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