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행복과 비례하는 언론 자유
국민 행복과 비례하는 언론 자유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6.04.24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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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권혁두 국장

연초 일본 아베 정권에 비판적이던 NHK 등 3개 방송사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들이 잇따라 하차하며  ‘외압’ 논란이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질문을 받은 아베 총리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담보하는 기본 가치”라며  “언론의 자유는 철저히 보장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두달 여만인 지난 19일 아베의 이 호언은 무색해졌다. 일본서 표현의 자유 실태를 조사한 유엔 특별보고관은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언론 보도의 독립성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발표했다. 보고관은 공무원, 언론사와 NGO 관계자 등을 광범위하게 접촉한 결과 “정부의 압력이 미디어의 자기 검열을 초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위안부 문제 등 역사 문제를 교과서에서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도 국민의 알 권리를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일본보다 6년 먼저 유엔 보고관으로부터 이같은 경고를 받았다. 지난 2010년 우리 정부의 초청으로 입국해 국내 표현의 자유를 실태 조사한 유엔 특별보고관은 “2008년 촛불 집회 이후 법이 지나치게 확대 해석돼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민간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대통령의 임명을 받아 활동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인터넷 글들을 투명한 절차없이 삭제 권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발표한 2015년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일본은 180개 국가 중 72위를 차지했다.

1년 전보다 11계단이나 추락했다. 2010년만 해도 11위를 차지하며 언론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던 일본은 아베 정권 출범 후 급전직하하며 수치스러운 수준으로 떨어졌다.

안전보장을 위해 은닉할 필요가 있는 정보를 ‘특정비밀’로 지정하고 이를 누설할 경우 처벌하는 ‘특정비밀보호법’이 2013년 제정된 탓이 크다. 특정비밀의 정의와 한계가 모호하고 언론인도 처벌이 가능해 일본 국내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악법으로 비판받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RSF 언론자유지수에서 70위로 떨어졌다. 일본보다 2계단 앞섰지만 선진국을 자처하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1년전보다 10계단 하락하고 2010년대 들어 급락하는 패턴이 일본과 판박이다. 2006년만 해도 31위를 차지하며 OECD 회원국으로서 체면치레를 했지만 2013년 53위로 급락하며 계속 내리막길이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관통하는 것은 비판과 상식이다. 비판은 길거리의 개가 시끄럽게 짖는다고 꾸짖는 것이 아니라 권력과 절대 다수를 향한 쓴소리와 이견, 주장일 때야 성립된다. 표현의 자유 역시 눈 앞에서 자식이 수장되는 생지옥을 겪었던 사람들을 ‘시체 장사’로 조롱하고 “선체를 인양하려면 니들 돈으로 하라”는 폭언을 퍼부으며 내세울 가치는 아니다. 

세월호 진상규명 반대 집회 등 친정부 활동을 주도해온 한 극우단체에 전경련이 1억원이 넘는 돈을 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와 국정원의 연루설도 터졌다. 야당이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시민단체에서 수사를 의뢰한 만큼 조만간 사실관계가 밝혀지겠지만 정·경의 수부에서 권력과 돈을 풀어 여론 왜곡을 시도했다는 의혹들은 그 자체로 섬뜩하다. 언론 후진국으로 전락한 우리 현실이 투영된 현상으로도 읽혀진다. 

RSF가 밝힌 언론자유지수 1위 국가는 핀란드이다. 6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니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 보장된 독보적 국가라 할 수 있다. 2위는 네덜란드, 3위는 노르웨이다. 이들 나라의 특징은 국민 행복지수가 높다는 점이다. 이들 세 나라는 최근 수년간 세계 국민 행복지수 순위에서 10위권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 표현의 자유가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라는 사실을 새삼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유엔지속가능개발연대(SDSN)가 지난 3월 발표한 행복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57위였다. 국민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는 언론 건전성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주목하고 고민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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