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다짐의 시작 세월호 참사 2주기
기억과 다짐의 시작 세월호 참사 2주기
  • 임성재 <시민기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6.04.2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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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우리에게 4월은 분명 혁명의 달이다. 1894년 4월엔 동학농민군의 봉기가 있었고, 1960년에는 4·19혁명이 그리고 2016년 4월의 20대 총선이 또한 그렇다. 그렇게 강고하게 보였던 보수의 장벽을 투표라는 비폭력 행위로 단숨에 깨쳐버렸으니 말이다. 어느 정당도 정치인도 언론도 그 잘난 종편의 정치평론가들도 예측은 고사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결과를 보여주었으니 그것은 진정 혁명이었다.

그리고 사흘 후인 4월 16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세월호 2주기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그날 아침부터 광화문광장은 그날을 잊지 않기 위해 모인 추모객으로 가득 찼다. 광장에 설치된 분향소를 찾는 추모객의 발길은 사선(蛇線)으로 끝없이 늘어섰고, 너른 광장에서는 사전행사들이 다채롭게 펼쳐졌다. 오후내 흐렸던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행사가 시작될 무렵에는 폭우로 변했다. 쏟아지는 폭우에도 불구하고 광장을 가득 메운 1만명이 넘는 추모객들은 흐트러짐 없이 그 비를 온전히 맞으며 2시간이 넘게 진행된 추모문화제에 참여했다. 행사가 끝난 후에도 분향소를 찾는 발길은 밤 12시까지 길게 이어졌다.

광화문광장에는 비와 함께 한줄기 희망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동안 정부는 경제논리를 앞세워 세월호를 잊게 하고 지워내기 위해 애써왔고 언론은 외면으로 화답했지만 국민들은 잊지 않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며 2년을 지켜냈다. 그리고 선거의 결과로 그 열망을 보여 주었다. 그렇기에 앞으로 세월호 참사의 문제를 해결해 건강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된 것이다.

지난 2년간 대한민국은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에는 경제성장만을 향해 달려온 우리나라의 온갖 부정과 모순, 추악하고 부끄러운 민낯이 그대로 담겨있다. 어느 언론사에서 세월호 2주기를 앞두고 우리나라가 얼마나 안전해졌는지를 점검해 보기로 하고 세월호와 같은 제주행 여객선을 타봤는데 자동차와 화물의 결박상태나 승객 관리 등의 안전관리가 세월호 당시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입으로만 안전한 나라를 만든다고 떠들었지 경제와 정치논리 앞에 안전은 실종되고 세월호는 망각의 대상이었다.

그러니 세월호특별법은 누더기가 되었고,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의 청문회는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고, 여야가 합의한 특별검사 도입도 유야무야될 처지에 있다. 그런데도 세월호 문제는 정치권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손에 의해 선거혁명이 일어났고, 폭우를 맞으며 광화문광장을 지킨 1만 여명의 추모객들의 마음속엔 20대 국회에서는 속 시원한 세월호 해법이 나오기를 꿈꾸었으나 정작 그 자리에 참석한 정치인은 당선자 몇 사람이 전부였다. 추모문화제에서 한 발언자는 외쳤다. “선거전에 세월호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약속한 당선자들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자”고.

충북에서도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문화제가 청주, 제천, 음성 등 도내 각지에서 열렸다. 청주에서는 3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4월 15일 저녁 상당공원에서 열렸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도 정치인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거리에서 지나가는 시민을 향해 그렇게 절을 해대던 후보자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을 따라 선거운동에 나섰던 시·도의원들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 도종환 당선자와 김병우 교육감만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을 뿐이다.

이제 선거혁명을 이뤄낸 국민의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해야 하고, 아직도 가족의 품에 안기지 못한 9명의 실종자를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세월호를 온전한 모습으로 인양하여 사고의 원인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유가족들에 대한 위로와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세월호 참사 후 2년의 세월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잊지 말고 기억하라’는 것과 ‘참지 말고 행동하라’는 것이다. 기억과 진실규명은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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