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극단화 현상과 그 위험성
집단 극단화 현상과 그 위험성
  • 양철기 (교육심리·박사)
  • 승인 2016.04.20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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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 양철기 (교육심리·박사)

간혹 TV 뉴스 장면에 잡히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보게 된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 누군가는 이야기하고 나머지는 고개를 연방 끄덕이며 메모에 집중한다. 수석회의 결과는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데 개인의 정치적 취향이 있겠지만 대부분의 수석회의 결과는 대중의 상식과는 동떨어진 내용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라는 분들이 모여서 회의를 했는데 그 결과는 늘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왜일까? ‘집단 극단화’ 현상에서 그 원인을 찾아본다.

집단 극단화(Group Polarization) 현상이란 사회심리학에서 집단의 의사 결정이 개인의 의사 결정보다 더 극단적으로 보수적이거나 혁신적인 방향으로 이행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정치, 사회, 문화, 경제 등 온갖 분야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서로 생각이 같은 집단에 들어가면 개인이 원래 가지고 있던 판단 성향보다 더 극단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심리학자 마이어스와 비숍은 인종차별 편견이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의 실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인종문제를 놓고 토론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토론 후 인종차별 편견 지수를 조사했다. 결과는 원래 편견이 강했던 집단에서 토론했던 참가자들은 편견이 더 강해졌고 낮은 집단에서 토론한 참가자들의 편견지수는 더 낮아졌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 TV를 혼자 볼 때와 직장동료와 모여서 같은 내용의 TV를 볼 때, 일본에 대한 반감이 어느 경우 더 강하게 품게 되는지를 생각해 보면 집단 극단화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행동경제학자 캐스 선스타인은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갗라는 저서에서 집단 극단화의 정체와 그 원인을 논하고 있는데 집단 극단화의 원인으로는 첫째, ‘평판의 압력’을 꼽는다. 집단의 일원이 되면 다른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호의적으로 보이고 싶어 하며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 자신만이 아는 정보나 집단 의사에 반하는 의견을 제시하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둘째, ‘편향 동화(biased assimilation)’가 가세해 대화와 토론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 편향 동화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의 글은 어리석고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치부하고, 자신의 생각과 같은 주장만이 현명하고 논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여, 결국 자신의 기존 입장을 더 강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극단주의자들은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어서, 그 신념에 반대되는 증거나 정보를 접하더라도 기존 신념이 줄어들기는커녕 더 커지는 경우가 많다.

셋째, 자기편 집단의 결속력이 강하면 이른바 ‘집단 애착(in-group love)’이 생겨나는데 이런 경우 그 집단이 구성원들끼리 만의 상호작용이 활발해지는 ‘반향실(反響室, echo chamber, 소리가 잘 되울리도록 만든 방)’ 역할을 해서 자기들이 가진 우려나 신념을 키워 결국 다른 사람들에 대한 증오심으로 발전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들만의 리그에 도취해 결국은 대중과 멀어져 소멸하는 집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링컨 대통령의 위대함은 그가 최대의 정치적 맞수를 부통령으로 임명해 행정부를 ‘건강한 라이벌 팀’으로 구성, 집단극단화를 차단한 것이었다. 반면, 부시 대통령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만의 팀’을 구성함으로 일사불란함은 보여주었지만 이라크 정책 등에서 균형을 잃고 실패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집단 극단화는 눈에 띄지 않게 서서히 진행되며 집단의 리더는 늘 집단 극단화의 위험과 유혹에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집단의 리더와 구성원들은 참 어려운 일이지만 자신과는 반대되는 뜻을 개진하는 사람을 더 귀하게 여기는 포용력과 인내를 가져야 할 것이다.

/청주 서원초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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