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달걀
삶은 달걀
  • 최종석 <괴산 목도고 교사>
  • 승인 2016.04.2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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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 최종석

해양소년단에서 에버랜드로 체험학습을 갔다. 에버랜드는 학생들에게 매우 관심이 많은 곳이다. 즐겁게 차에 오르는데 한 학생이 캔커피와 삶은 달걀을 주었다. 부모님이 드리라고 했다는 것이다. 초임 때 학교에 오는 학부모님이 가져온 달걀이 떠올랐다.

학교에 잘 안 나오고, 도망가고, 공부 안 하고, 말썽부리고, 싸우고, 장난은 심하고, 그래도 부모님은 자식이라 정성을 다했다. 언젠가 선생님에게 미안하다고 달걀을 건넸을 때 가슴이 뭉클하였다.

25년이 지나고 이제 그들을 다시 본다. 길거리에서, 사무실에서, 부자도 있고, 사장도 있다. 잘살고 있다. 행복하고 즐겁게 살고 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훌륭하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왜 학교에 가기 싫어했는지, 왜 그렇게 열심히 탈출하고 싶었는지 묻는다. 답은….

달걀은 한 개의 세포로 되어 있다. 한 개의 세포가 어디에 있는가?

많은 사람이 노른자에 있다고 한다. 노른자는 단지 영양분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배판이라고 하여서 달걀을 깨서 위쪽을 잘 관찰하면 작은 동그란 투명한 것이 보인다. 그곳에서 새로운 생명이 만들어진다. 또 달걀에는 빈 곳이 있다. 산소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공기가 있는 것이다. 알이 부화하기에 알맞은 양의 공기가 있다.

알이 부화하여 태어날 때 알껍데기를 깨어주면 그 개체는 잘 살지 못한다. 알을 깨면서 체력을 키우고 물질대사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다. 삶이란 계속해서 변화하는 것이다. 알에서 노폐물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요낭이라는 것을 만든다. 생명이 발생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런데 그 과정은 모두 스스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단지 주위의 어미는 지켜만 본다. 아무 조언도 하지 않는다. 스스로 이겨내고 훌륭한 병아리가 된다.

돌아갈 시간이 되어서 학생들이 모였다. 한 학생이 튤립 한 개를 사서 가져오는 것을 보았다. 부모님에게 보여주겠다고 한다. 예쁜 꽃이 더욱 노랗게 보였다. 다양한 색의 튤립이 있었다. 튤립 축제라고 하여서 많은 튤립이 피어 있었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서인지 벌들은 오지 않았다.

튤립은 원산지가 중국 사천성지역이다. 네덜란드의 상인들이 유럽으로 가지고 갔고, 경매를 붙여서 튤립 버블을 만들어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주었던 식물이다. 뿌리 한 개가 집 몇 채가 되었다고 하니. 하여튼 아름다운 튤립과 히아신스가 매우 인상적이었고 학생들이 매우 좋아하였다.

학교에 알뿌리로 된 몇 종의 외래종 백합과 식물을 심었다. 지금은 날씨가 추워서 꽃은 피지 않지만 5월이 되면 아름다운 꽃을 피울 것이다. 에버랜드의 꽃이 심어 있는데 한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보기만 하고 만지지 마세요.’ 꽃은 스스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지지 않아도 그 자체의 본능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이다. 달걀이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올 때 더 성숙하고 아름답게 성장하듯이, 기다려 주자! 지켜봐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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