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만나는 방
꽃으로 만나는 방
  • 김용례<수필가>
  • 승인 2016.04.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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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김용례

하루하루 지상이 아름다워지는 봄이다.

그 험한 혹한을 이겨내고 눈물겹게 봄꽃들이 피어난다.

노란 개나리가 종종거리며 담장을 밝힌 지 오래다. 벚꽃 잔치도 막바지에 달했다. 영산홍이 한창이다.

나는 매일 아침 꽃을 선물로 받는다.

어제는 미나리아재비, 오늘은 애기똥풀 이름도 소박한 봄꽃들은 은밀하고 조용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내일은 무슨 꽃이 올 것인가 기대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하루도 쉬지 않고 꽃은 핀다. 우리 주변에 그렇게 꽃 종류가 많은지 몰랐다.

강 선생님이 꽃을 찍어 올리면 신 선생님이 꽃말과 꽃의 전설을 보낸다.

우리는 꽃을 받고 인사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한다. 사람들은 댓글을 달아 고마움을 남기고 안부를 전한다.

꽃을 보내는 마음도 즐겁고 받는 사람도 기쁘다. 우리는 많은 이들과 교감하면서 살아간다.

꽃으로 만나는 방 내 나름으로 이름을 지었다. 150여 명,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였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하고, 연주를 하고 회사에 다니고 학교선생님, 기업체 사장님, 술을 빚는 장인 각자의 자리에서 일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침마다 같은 꽃으로 시작한다. 두 분의 수고로움으로 즐겁게 하루를 시작한다.

처음엔 아침마다 카톡카톡거리는 것이 성가셨었다.

지금은 연인의 편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전화기를 연다. 아침마다 소통한 지 일 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매일 받던 꽃소식이 며칠 끊겼던 적이 있었다. 갑자기 무슨 일인가 궁금했었다.

꽃이 떨어졌나? 꽃배달 하는 사람이 어디 불편하신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었다.

아침마다 받던 꽃이 오지 않으니 금단현상처럼 아침이 허전하고 불안했었다.

꽃말을 알고 꽃의 전설을 듣고 사람들은 각자의 가슴에 있는 추억을 떠올렸다.

들꽃은 소통이고, 사랑이고, 유년의 추억이다. 관심이고 스승이다. 말 못하는 꽃에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엄중한 가르침이 있다.

누구나 살면서 꽃 선물을 받아 보았을 것이다. 나도 많이 받았다. 내 나이만큼의 장미 꽃다발도 좋았고 가을 어느 날 두 손으로 받기 벅찰 만큼의 국화 아름도 좋았다.

그러나 토끼풀로 만든 화관을 받았던 기억이 가장 따스하다. 내게 화관을 만들어준 그녀의 진한 향기가 토끼풀처럼 그대로 전해졌다.

그 어느 화려한 꽃다발보다 오랫동안 고마움으로 남아있다. 꽃을 주는 마음은 사랑이다.

저 홀로 핀 작은 들꽃을 보며 사람들은 위로받는다. 우리는 늘 누구의 관심 속에서 살고 있다. 자주연락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연결하고 있는 사이 또는 매일 얼굴 보면서도 먼 사이 가끔 만나지만 좋은 사람 우리 그런 사람들과 그런 관계로 살아간다.

살아가는 일은 그런 것이다. 꽃으로 소통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이 봄처럼 기쁘다. 두 분 선생님 덕분이다.

꽃은 며칠 피고 나면 시든다. 아무리 예쁜 꽃을 피웠다 한들, 아무리 수려한 꽃을 피웠다 한들 사람들 가슴에 핀 사랑만큼 오래오래 피어 있으랴.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 방이다. 꽃으로 만나는 방의 다양한 사람들은 이방에 있는 자체로 꽃이 된다. 사진으로 받는 꽃이지만 오늘은 어떤 꽃이 무슨 전설을 담고 배달되었을까 궁금해 전화기를 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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