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 고함
더불어민주당에 고함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6.04.18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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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편집위원>

먼저 4·13 총선 승리를 축하한다. 4·13 총선은 민심의 지각변동을 불러왔다. 집단지성의 슬기로움과 민심의 냉혹함을 보여준 무서운 선거였다. 적전분열로 100석도 얻기 어렵다던 애초 예상을 깨고 제1당이 되었으니 놀라운 선전이 아닐 수 없다.

수도권을 온통 파란색으로 물들였고 여당텃밭인 부산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도 새누리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으니 4·13 총선의 승자는 더불어민주당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혹자는 더불어민주당의 절반의 승리라 부른다. 명실상부한 전국 정당의 면모를 갖추었음에도 전통적 텃밭인 호남을 국민의당에 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승을 했어도 대놓고 웃을 수가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은 새정치민주연합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극심한 내홍으로 당이 쪼개지는 수난을 겪었다. 공천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 분당을 촉발했지만 대선풍향계와 맞물린 정치 공학적 분당이었다.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탈당파들이 국민의당을 만들어 선거판에 뛰어들자 어쩔 수 없이 새정치민주연합 간판을 내리고 더불어민주당으로 개명해 선거에 임했다. 이 과정에서 당의 대주주인 문재인 대표가 일선에서 물러나는 고육책을 썼고 새 피의 수혈과 함께 김종인이라는 걸출한 구원투수를 등판시켜 승리를 일구어 냈다. 참으로 드라마틱한 총선승리였다.

허나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는 독립변수가 견인한 것이 아니라 종속변수가 견인한 승리였다. 한마디로 반사이익을 톡톡히 본 결과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좋아서 제1당을 만들어 준 게 아니라 국민은 안중에 없고 세력 다툼만 하는 새누리당과 불통과 오만으로 점철된 청와대를 심판하려는 표심이 한쪽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더불어민주당에 표를 몰아준 묘한 꼴이 되었다.

또한 국민의당이 새누리당 지지표를 일부 잠식했고 상대적으로 2030이 투표장에 많이 가고 5060이 투표장에 적게 가서 더불어민주당에 알파가 되었다. 견고했던 지역주의에 균열이 생기고 수도권 주민들의 거대여당 출현에 대한 견제심리가 더불어민주당을 원내 1당으로 견인한 것이다.

그러나 58%의 투표율이 보여주듯 유권자 10명 중 4명이 투표를 하지 않았다. 이들이 투표했더라면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할 수도 있고 반대로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졌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총선승리에 겸손해야 한다.

비록 제1당이 되긴 했지만 과반에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정당투표에서도 새누리당은 물론 국민의당에도 밀렸고 텃밭이던 호남마저 국민의당에 빼앗겼으니 축배를 들며 희희낙락할 형편이 아닌 것이다.

빼앗긴 땅에 봄이 오게 하려면 뼈저린 자기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야당분열을 즐기며 자만하다가 졸지에 제2당으로 추락한 새누리당을 만만하게 보거나 국민이 집권여당을 버렸다고 생각하면 큰코다친다.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참패를 통렬한 자기반성과 쇄신의 기회로 삼으면 오히려 대선에서 약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에 도취해 앞으로 있을 국회직 배분과 당권·대권싸움에서 또다시 친노와 비노가 죽기 살기로 싸우면 대선 필패의 독이 된다. 방심은 금물이다. 추락하는 건 날개가 없으니 늘 깨어서 민생을 보살펴야 희망을 쏘아 올릴 수 있다.

정치는 생물이다. 어제의 패배가 오늘의 약이 되고 오늘의 승리가 내일의 독이 될 수 있다. 국민이 제1당을 만들어 주었으니 당연히 국민에게 보은해야 한다. 보은의 길은 국정의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는 것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의 뺄셈정치가 아니라 긍정을 위한 긍정의 덧셈정치를 해야 한다. 승리의 축복이 저주가 되지 않도록 절차탁마하라. 커진 만큼 덩칫값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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