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의 교훈
20대 총선의 교훈
  • 임성재 <시민기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6.04.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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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20대 총선이 끝났다. 결과는 새누리당의 참패다. 야권의 분열로 한때는 개헌이 가능한 의석을 넘본다던 새누리당이 1당도 아닌 2당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흔히 하는 말이지만 민심은 무서웠다. 정책실패를 야당 탓으로만 돌리며 자만에 빠져있던 박근혜정부와 여당의 오만함을 국민들이 심판한 것이다. 그렇다고 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완벽한 승리라고 보기도 어렵다. 호남에서의 참패 때문이다. 그리고 창당 두달 만에 호남을 석권하며 단숨에 제3당으로 부상한 국민의당도 승리에 도취하기엔 이르다. 민주당 탈당의원들을 내세워 호남에서 승리했지만 지역당이라는 한계를 넘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어느 한 정당에 일방적인 승리를 안겨주지 않았다. 양당구조의 폐해를 극복하라며 다당체제를 만들었고,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어 정부와 여당의 일방적인 국정운영에 쐐기를 박았다.

전국 선거판이 크게 요동쳤는데도 충북의 선거결과는 외견상 19대와 다를 바가 없다. 송광호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공석이 된 제천·단양에서는 새누리당 권석창 후보가, 노영민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공석이 된 청주 흥덕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도종환 후보가 당선됐을 뿐 인물의 교체나 의석수의 변화도 없었다. 새누리당은 청주 1곳과 시군지역 4곳을 차지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청주 3개 선거구에서 당선됐다. 이렇게 외견상으로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선거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합을 벌었다.

특히 4선에 도전하는 청주 상당, 서원, 청원 선거구에서는 득표율이 50%를 넘는 후보가 한 사람도 없을 정도로 치열한 각축이 벌어졌다. 원인을 찾아보면 제3당의 출현으로 야권이 분열되고, 후보 경선에 불복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여권 후보들의 난립을 들 수 있다. 무소속 후보들의 득표율은 미미했으나 흥덕, 서원, 청원구에 출마한 국민의당 후보들은 10%가 넘는 득표율로 야권 표를 분산시켜 새벽까지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선거결과를 연출했다. 실제로 증평·진천·음성 선거구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의 득표율을 합하면 여당후보의 득표율을 크게 앞서 야권분열이 선거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 하나의 원인을 꼽자면 인물난이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지난 17대 총선 때부터 2번, 3번씩 맞대결하는 후보들과 총선 때만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인물들에 대한 식상함으로 인해 후보들의 정치적 소신과 인물 사이에서 첨예하게 갈등함으로써 표가 나누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런 인물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 번 후보가 되면 당선될 때까지 출마하고, 한 번 의원이 되면 떨어질 때까지 출마하는 정치관행을 바꿔야 한다. 국회의원을 ‘시켜주면’ 지역을 위해 큰일을 하겠다는 말이나 4선, 5선 선수를 쌓아 ‘중진의원이 되면’ 지역을 위해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만이 국회의원을 해야 한다는 욕심일 뿐이다. 지역을 위한 일은 국회의원이 되지 않아도, 중진의원이 되지 않아도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차라리 자신을 대신할 참신한 정치적 인물을 키워 내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선거가 치열해선지 유난히 많은 시도의원들이 막판 길거리 유세에 나서는 것을 보았다. 그들을 보면서 왜 우리 지역에는 시도의원 출신 국회의원이 한 사람도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기초의원의 푸념처럼 국회의원은 꿈도 꿀 수 없는 구조라면 큰 문제다. 국회의원을 할 수 있는 출신성분이 따로 있지 않은데 생활정치를 경험한 기초의원들이 도전조차 꿈 꿀 수 없다면 그런 정치구조는 고쳐야 한다. 그것은 제도의 몫이라기보다는 사람의 몫이다. 7전8기의 도전 정신도 소중하고, 중진의원이 되는 일도 영광스럽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좋은 인재를 키우고 물려주는 정치풍토라는 인식이다.

주역에는 물러남의 지혜, 둔(遯)에 대한 설명이 있다. 호둔(好遯)은 때를 잘 알아서 스스로 물러나는 곳이고, 가둔(嘉遯)은 박수칠 때 떠나라는 것처럼 주위의 칭찬을 받으면서 물러나는 것이고, 비둔(肥遯)은 물러난 이후를 잘 준비해둔 연후에 물러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20대 국회가 시작도 하기 전에 물러남을 먼저 말하는 것은 도리가 아닐지 모르나 지금부터 둔(遯)의 의미를 새기며 의정활동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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