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근이의 양심
동근이의 양심
  • 이지수<청주 중앙초>
  • 승인 2016.04.1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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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이지수

올 3월에 정진 작가의 새로운 동화 ‘동근이의 양심(파랑새·2016)’이 출판되었다. 몇 년 전, 전임학교에서 ‘작가와의 만남’을 위해 학교에 모셨던 인연으로 잊지 않고 책을 보내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앉은 자리에서 모두 읽었다. 무엇보다 서명과 함께 총서명으로 쓰여 있던 ‘인성생활동화’라는 문구가 가장 와 닿았다.

사람은 사람 속에 있어야 사람다운 것이라는 믿음 하에 인성도 그 관계 속에서 저절로 생기는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점차 어른이 되면서 아무리 친해도 자연스레 정도의 거리를 유지해야 함을 알았으며, 그 거리가 애매해지면 쌍방 간에 오해의 소지도 생기는 일도 왕왕 보아왔다. 결국 인성이란 것이 타고나는 것과 친밀한 인간관계 속에서 만들어지기도 하겠지만, 반드시 그게 전부는 아니다로 바뀌게 되었다는 말이 더 맞는 말일 듯하다.

인성 형성에 제일 중요한 것은 작가의 말에 있듯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는 일은 아닐까 싶다. 양심의 반대를 비양심이라 한다면, 그 이유는 이기심 때문이다. 간단명료하지만 작가님의 한 문장, 한 문장에서 무릎을 탁 친 나는 아직 인간사에 대해 배워야 할 게 많은 나이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던 개념도 현실에는 맞지 않는 말이 되었다. 가족구성원이라고 해봐야 겨우 3~4인이 전부이며,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개개인의 사생활 보호가 우선시되는 주거형태에 사는 지금의 어린이들은 축소된 인간관계 아래에 과연 어디에서 양심을 포함하는 인성을 배우게 되는가?

작년 1월에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인성교육진흥법이 신규 제정되었다. 세대는 변해가나 교육에 포함해 체계화시켜야 할 정도로 인성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점점 공동체를 겪을 일이 적은 지금의 어린이들에게 인성교육진흥법의 제정은 적기인 듯도 하다.

정진 선생님의 동화를 읽다 보면 어쩌면 이렇게 교실의 실정을 잘 아실까, 신기방기했던 적이 있었다. 그 물음에 작가님은 상상이 아닌, 어린이가 주인공인 한편의 동화를 쓰고자 방대한 자료조사를 하시고 초등학교 교사와 면담을 하신다고 들은 기억이 난다. 정말이지 이번에도 있음 직함이 아닌, 현실에 진짜 있는 일을 동화 속의 이야기로 잘 만들어내셨다. 그만큼 동근이와 동근이의 친구들은 지금의 우리나라 교실에서 있는 어린이 한 명, 한 명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책장을 넘기며 어느 순간, 이 책을 교실의 담임선생님들께 추천해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일주일의 시간을 두고 한 챕터씩 어린이들에게 읽어주다 보면, 그중 분명히 책 속 이야기의 주인공이 있을 것이다. 스스로 느껴보고, 무엇이 잘못인가 되돌아 반성해보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과정 속에서 절로 함께하는 공동체 의식이 나아가 인성의 작은 싹이 움트게 되지 않을까 싶다.

책의 매력은 책 속 주인공과의 무제한의 만남과 공감대 형성이다. 그리고 그 느낌을 친구와 함께 나누다 보면 그 자체에서 또 배우게 되는 연속작용이 생기는 것 같다. 인성교육을 시작하고 싶은데, 고민하시는 이 땅의 초등학교 선생님들께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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