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투표로 말하자
내일 투표로 말하자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6.04.1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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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4.13총선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이다. 이미 유권자의 12.19%가 사전투표를 했지만 아직도 내일 투표장에 갈지 말지 망설이는 유권자와 투표를 한다면 어느 후보와 어느 당을 찍을 것인지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많은 총선이다.

또 많은 유권자들이 ‘찍을 후보가 없어서, 정치에 환멸을 느껴서, 누가 되든 달라질 게 없어서, 바쁘고 귀찮아서’라며 기권대열에 합류할 것이다. 물론 기권이 죄악은 아니다. 투표할 권리도 있고 기권할 자유도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선거는 자유민주국가의 꽃이다. 투표로 피고 투표로 지는 꽃이 바로 선거이지만, 선거는 정답 없는 객관식 문제풀이다. 있다면 최다득표, 즉 당선자를 낸 투표가 정답처럼 존중받을 뿐이다. 설사 한 표 차이로 당선되었다 하더라도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권위를 침해받지 않는다.

함량미달자라 할지라도 당선만 되면 국회의원이 되고, 아무리 형편없는 정당일지라도 표를 많이 받으면 상응하는 비례대표 의석을 차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결과는 향후 4년간 국가와 지역발전의 이정표가 된다. 그런 만큼 옥석을 가려서 신중하게 투표해야 한다.

말은 쉽지만 옥석을 가리기가 그리 만만치 않다. 평소 후보들을 접할 기회도 없을뿐더러 생업에 바빠서 집으로 배달된 선거공보조차 읽어볼 시간도 없고 유용한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아서다.

선거공보에 명시된 학력과 경력과 병역사항만 놓고는 후보들의 인품이나 역량 등을 재단할 수 없어, 대부분 지역정서나 선거 때마다 부는 바람에 휩쓸려 투표하고 만다. 선거 때 지지할 후보를 고르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좋은 사람 순으로 고르는 방법과 나쁜 사람 순으로 고르는 방법이 그것이다. 전자는 차선을 뽑는 것이고, 후자는 차악을 뽑는 것이다.

마음에 쏙 드는 완벽한 후보가 없으므로 그중에서 가장 쓸 만한 사람을 찾는 것이 차선이고, 모두 성에 안 차지만 그래도 그중에서 가장 나빠 보이지 않은 사람을 찾는 것이 차악이다.

먼저 민주적 질서와 가치를 훼손할 여지가 있는 극우나 극좌 후보를 제척한 후, 뇌물을 수수했거나 여성과 약자에게 못된 짓을 한 전력이 있는 자, 실현불가능한 공약을 남발하거나 선심성 공약으로 표심을 자극하는 자, 국익보다 사익을 먼저 탐할 자, 국정 철학이나 비전도 없이 돈 좀 벌었다고 금배지를 달려고 하는 자, 석연찮은 군 면제자와 탈세를 한 돈 많은 후보를 제외시키라.

그런 다음 국가관과 시대정신이 투철한 자, 갑질하지 않고 겸손하게 민의를 대변할 자, 같은 조건이면 지역발전에 알파가 될 힘 있는 자, 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식견과 경륜을 갖춘 자, 권력과 당권의 시녀가 아닌 국민의 시녀로 봉사할 자를 고르면 그가 바로 차선이다, 이도 저도 없으면 그중에서 가장 덜 나쁜 사람을 고르면 된다. 그가 바로 차악이다.

그러므로 찍을 사람이 없다고 기권하지 마시라. 차선이 없으면 차악이라도 찍으시라. 그게 바로 투표고 주권행사다. 그래야 위정자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주권자로서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이번 20대 총선은 내년 12월에 있을 대선 풍향계다. 그래서 집권여당도 극심한 공천 파동을 겪었고, 야당도 심한 내분을 겪으며 적전분열 했다.

아무튼 내일이면 전국을 뒤흔들었던 20대 총선의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 300명(지역구 253, 비례대표 47)의 국회의원이 내일 투표로 결정되는 것이다. 모름지기 정치인은 투표하는 유권자를 무서워한다.

기권자가 많으면 민의가 왜곡될 뿐만 아니라, 최악의 후보가 당선되는 불행을 낳는다. 찍고 싶은 후보가 있는데도 기권하면 경쟁후보가 어부지리를 얻는 게 선거다. 그러므로 내일 투표하는 무서운 사람이 되시라. 그게 바로 행동하는 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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