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높여야 ‘갑’된다
투표율 높여야 ‘갑’된다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6.04.10 19: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 권혁두 국장

총선을 앞둔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이 역대 최다로 집계됐다고 한다. 유권자들의 고민이 깊다는 얘기다. 선택을 유보하고 관망하는 유권자들도 있겠지만 투표를 포기했거나 투표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유권자도 적지않을 것이다. 사전 투표율도 당초 예상보다 저조했다. 민주주의 발전에 역행하는 현상이지만 저간의 정치와 선거판을 돌아보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지난 6일 대구에서는 새누리당 후보 11명이 무릎을 꿇고 유권자들에게 석고대죄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진박’을 자처했던 후보들이다. 대통령과의 연줄을 내세워 배지를 달려던 생각이 오판으로 판단되자 바로 잘 못했다며 읍소작전으로 전환했다.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던 오만한 구호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들던 ‘내가 진박이다’는 호언은 이제 금기어가 돼버렸다. 아스팔트 바닥에 무릎을 끓었지만 눈물로 유권자들을 호도하려는 궁색한 전략에서는 오히려 유권자들을 우습게보는 자만이 묻어난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대표는 지난 7일 “광주광역시에 삼성의 미래차 사업을 유치해 2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삼성의 회장이 해야 할 공약을 내놓았다. 정작 당사자인 삼성 측은 “검토조차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허풍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김 대표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광주시장이 해야할 말을 대신했을 뿐 믿을만 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전주에서 “지난해 전북의 예산 증가율이 0.7%로 꼴지였다”며 “전북 유권자들은 배알도 없느냐”고 윽박질렀다. 전북이 야당 의원들을 뽑아 그 동안 예산 배정서 홀대를 했다는 자복을 한 셈이다. 거기에 보태 야당 의원을 뽑으면 앞으로도 국물도 없다는 겁박까지 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하나같이 유권자들을 기만하고 폄하한 사례들이다. 진정성이라고는 티끌만큼도 보이지않는 임기응변, 뜬구름 잡는 공약, 특정 지역 유권자의 자존심을 긁는 방자한 언행 등에선 저급한 권력욕만 보일 뿐이다. 유권자들 사이에는 제비뽑기로 의원을 뽑아도 이 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자조가 터져나온다. 차악(次惡)을 골라야 하는 부동층의 고심은 희망없는 투표는 해서 무얼 하느냐는 결론으로 치닫는다.

하긴 이번 총선 과정에서 희망을 본 사람이 있을까 싶다. 단언컨데 선거가 끝나면 무릎끓었던 자들은 다시 교만해지고, 광주에는 삼성자동차 공장이 들어서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투표를 포기한 사람이 이긴 건 아니다. 딱하게도 유권자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몇 년마다 한 번씩 쓸 수있는 단 한장의 카드만을 가졌을 뿐이다. 바로 ‘투표권’이다. 이 카드를 써보지도 않고 패를 덮어버리면 상대는 가당찮은 패를 들고도 판을 장악하려 들 것이다.

트럼프도 울고 갈 막장 정치의 독보적 존재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다. 하루가 멀다하고 추문과 부정, 막말을 양산하며 조국의 품격을 추락시켰다. 미성년자와의 성 스캔들이 터지자 “동성애자보다는 낫지않느냐”고 둘러댔던 인물이다. 희대의 망나니로 치부됐던 그였지만 선거에서는 승률이 높아 세번이나 총리를 맡아 이탈리아 국정을 재단했다. 그가 정치에서 승승장구한 원인으로 유권자들의 정치 무관심과 혐오가 꼽힌다. 2차대전 후 수십차례나 거듭됐던 정권 교체와 무능에 신물이 나 정치에 등을 돌린 유권자들이 괴물을 탄생시킨 것이다.

투표를 해야하는 진짜 이유는 포기하는 것보다는 유익하기 때문이다. 절실한 것은 이번 선거에서 승자와 상관없이 투표율을 훌쩍 높이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암울한 정치에 굴복하지않고 희망의 끈을 잡고있음을 알리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때가 되면 심판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그들에게 경고하는 강력한 메시지도 될 것이다.

정치를 버리는 순간 정치로부터 참담한 버림을 받는 것이 유권자의 숙명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