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저녁은 누가 위로해 주나
꽃들의 저녁은 누가 위로해 주나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6.04.06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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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정 용 화

 

  저녁은 어디서 오는가, 바뀐 주소를 들고 서성이던 골목, 비에 젖은 오후가 목련나무 밑까지 떠밀려왔다 담장들은 행간마다 붉은 말들을 받아 적고 난간을 아슬아슬하게 읽고 있는 고양이, 헬멧도 쓰지 않은 한 사내가 오토바이를 타고 모퉁이를 급하게 빠져 나간다 툭! 아름다움을 감탄할 틈을 주지 않는 목련, 그 사이로 망설임이 하루를 시들게 한다 은유도 상징도 되지 못한 문장이 저녁으로 오고 봄의 문체로 내리는 빗소리에 마음부터 젖는 꽃들은 누가 위로해주나 골목마다 검은 글씨들이 당도한다 다 읽기도 전에 꽃들은 빠르게 시들고 의미만이 잠시 빛난다 어둠이 남아 풍경을 지우느라 분주하다


  # 꽃이 벙그러지며 전국이 꽃 잔치입니다. 화사한 꽃놀이패에 취해 가는 봄의 속도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봄이 집니다. 벚꽃잎은 바람을 타고 화르르 떨어져 몽환적입니다. 개나리꽃은 초록에 자리를 내어주며 슬그머니 지고, 목련은 툭툭 둔중하게 꽃을 내려놓아 가슴 철렁하게 합니다. 피는가 싶었던 꽃들의 낙화!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화무십일홍! 봄의 위로는 정작 꽃들에게 필요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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