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과 정책으로 승부하라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하라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6.04.03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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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연지민 취재3팀(부장)

4·13 총선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후보자들의 움직임도 더 바빠졌다. 통행량이 많은 사거리에는 어김없이 홍보전이 전개된다.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후보자들의 홍보 노래와 현수막이 눈길을 끄는 가운데, 이 정도로 요란한 지역 축제가 있나 싶을 정도로 사활을 건 한판 정치 승부가 펼쳐진다.

하지만 정작 유권자들에게 총선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국가운영의 책임자를 뽑는 중대한 일임에도 정치인들의 이벤트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뉴스를 생산해내는 중심은 분명하지만 다양한 매체를 통해 도배되고 있는 정치뉴스는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인물과 정책을 알리기보다 비난과 갈등만 표출하고 있다. 당만 있고 인물은 없는 정치계는 공천을 둘러싼 잡음 속에 옥새파문이란 코미디까지 연출했다.

세계 경제 대국이란 자랑이 머쓱해지도록 당과 당의 이전투구는 당연하다는 듯 여전히 되풀이되고, 중진급 정치인들의 감정싸움은 도를 넘어서는 양상이다.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손쉬운 정치로 국민에게 정치혐오만 안겨주고 있다. 고도의 정치는 실종되고 저급한 정치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를 벗어나 있는 외곽도 마찬가지다. 일부 오피니언 리더들은 일여야다의 공멸론을 들추기며 새로운 정치환경을 위기로 몰고 있다. 야당 간 싸움으로 표가 분산되면 여당 후보자의 당선비율이 높아지고, 이는 거대여당 탄생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발언이다.

허나 이러한 견해는 야당의 역할과 색깔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야당 후보자들이 많으면 여당 후보에 질 것이라는 논리로 정치의 다양성을 죽이고, 정치 자생력을 짓밟는 것이다. 기존 정치인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야당연대도 결과적으로 정치 신인들에게 통로를 열어주지 않는 데 힘을 보태는 꼴이다.

유권자들에게 어떤 정치를 보여주었는가에 대한 평가 없이 일여야다의 공멸로 몰아가는 식의 여론은 우리나라 진보주의자들의 자가당착을 드러낼 뿐이다. 이번 총선에서 야당 의석수가 줄어들 것을 걱정하기 보다, 좀 더 긴 안목으로 참신한 인물이 국민을 위한 정책으로 도전하는 정치환경을 만들어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훌륭한 일꾼이 나올 수 있도록 당이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것도 오피니언 리더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당장의 승리에 급급해 야당의 위기론을 들먹이는 것도 이제 국민에게 통하지 않는다. 거대여당의 독주를 막고자 선거때마다 표를 몰아주었던 이들에게 그동안 야당이 보여준 모습은 무엇인가. 제 역할을 기대했던 국민에게 대안 없는 정치만 되풀이했던 야당은 여당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민주 정치사에서 이처럼 민심이 바닥을 친 일도 없었다. 야당이란 이름만으로 표를 받아낼 수 없는 이유다.

이래저래 정치를 지켜보는 국민은 답답하다. 상식이 통하는 대한민국 정치를 보게 될 날은 가능한지, 정치 후진국을 면할 날은 언제인지 말이다.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은 많지만 이에 응답할 것 같은 정치인을 찾기란 쉽지 않다. 정치의 좌절이 무관심으로 이어지면서 후보자에도 투표에도 관심이 멀어져 있다.

그럼에도 정치적 선택과 미래는 유권자의 손에 달렸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뽑고 우리 스스로 발등을 찍는 일은 되풀이해선 안 된다. 선거 때만 대접받는 유권자가 되지 않으려면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인물과 정책으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일꾼이 뽑힐 수 있도록 눈 크게 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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