뜀 뛰는 깽깽이풀
뜀 뛰는 깽깽이풀
  • 우래제 교사 <청주원봉중학교>
  • 승인 2016.03.3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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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봄은 꽃지기들에게 몸이 몇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계절이다. 동강할미꽃도 보고 싶고, 깽깽이도 보고 싶다. 망설임 끝에 자생지에서는 만나지 못했던 깽깽이를 보러 가기로 했다. 조금은 이른듯하지만 마음 급한 꽃지기의 발걸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깽깽이란 해금이나 바이올린을 낮추어 이르는 말이다. 또 이들 악기 소리가 가늘고 높아 찢어지는 듯하여 야유나 조롱 비하하는 소리로 들려 이런 악기를 연주하는 악동을 낮춰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깽깽이풀은 4월에서 5월까지 바쁜 농사철에 피는데, 아름다운 자태가 한가롭게 깽깽이를 키며 노는 한량을 보는 듯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깽깽이풀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 어린애들이 한발로 깽깽이 뜀뛰기를 한 것처럼 여기저기 띄엄띄엄 떨어져 자란다. 이것이 깽깽

▲ 우래제 교사 <청주원봉중학교>

이풀을 뜯어 먹은 강아지가 깽깽거리며 깽깽이 뜀을 한 것처럼 보여서 생긴 이름이라고도 하는데 실상은 개미가 만들어 낸 작품이다.

깽깽이 씨앗에는 엘라이오솜이라는 젤리 모양의 지방산 덩어리가 붙어 있다. 이것은 피나물, 제비꽃, 현호색, 애기똥풀 등의 씨앗에 붙어 있는데 지방, 단백질, 비타민까지 들어 있어 개미 유충을 키우는 아주 좋은 먹잇감이다. 이 엘라이오솜은 씨앗과 잘 떨어지지 않고 시간이 지나며 줄어들기 때문에 개미들은 재빨리 씨앗을 물고 집으로 가져간다. 그리고 엘라이오솜을 먹은 후 개미들의 쓰레기장에 씨앗을 버리는데 여기에는 각종 유기물이 많아 씨가 발아하고 자라기 좋은 장소이다. 결국 식물은 많은 에너지를 써서 만든 엘라이오솜 덕에 씨앗을 널리 퍼뜨릴 수 있었고, 개미는 좋은 먹이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마치 깽깽이 뜀을 뛴 듯한 간격으로 자라는데 식물이 씨앗을 퍼뜨리고자 개미를 이용한 결과이다. 이렇게 개미를 이용하여 씨를 퍼뜨리는 식물을 개미살포식물이라고 한다. 꽃말은 ‘안심, 설원의 불심’이다.

깽깽이풀은 매자나무과중에 줄기가 없는 식물로 여러해살이풀이다. 산 중턱 아래 수분 유지가 잘되는 비탈진 곳, 햇볕이 잘 들고 환기가 잘 되며 흙살이 좋은 자갈 또는 사양토에서 자란다. 조건이 참 까다로운 편이다. 개화 시간이 짧아 보통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에 핀다. 한때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었다가 지금은 해제된 상태이다. 뿌리가 연근을 닮아 선황련이라 하고 약재로 사용한다.

서둘러 멀리까지 갔지만 처음 도착한 자생지에는 어린싹도 보지 못했다. 너무 이른 탓이다. 두 번째 찾은 자생지에는 아직 꽃망울만 맺혀 있었다. 자생지에서 만나 보다니 정말 다행이다. 그래도 개화된 모습이 보고 싶어 근처 수목원을 들렀다. 청초한 모습에 간간이 비추는 햇빛을 받으며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아! 깽깽이풀이 너였구나! 다음엔 노랑꽃밥 깽깽이풀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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