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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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2.0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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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는 거래가 아니다
5일 오후 영동군의회 행정감사장에서는 용두공원의 잦은 설계변경이 도마에 올랐다. 31건의 설계변경으로 공사비가 18억여원이나 불었으니 누가 봐도 어설픈 행정에 대해 문제나 의혹을 제기할 일이다.

그러나 담당과장은 당초 설계의 부실과 과도한 설계변경으로 예산을 낭비했다는 의원들의 질책에 공감하지 않았다. 보다 못한 P의원이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용두공원에 대해서는 따질 것이 한도 끝도 없다. 어디부터 짚어야 할지 모르겠다. 감사원 감사를 받아야 할 문제가 한 두건이 아니다. 과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이 온다"고 압박했다. 잘못을 인정하면 그냥 넘어가겠다는 투였다.

그러나 과장은 "공원사업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 예산 낭비로 볼 수는 없다. 앞으로는 신중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되풀이했다. 자신이 베푼 선의()가 무시됐음에도 불구하고, P의원은 스스로 공언한 '감사원 감사를 받아야 할 숱한 건들'에 대해서는 밝히지 못했다. 자신의 발언으로 야기될 '곤란한 상황'에 부담을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엄포를 날린 셈이 됐다.

감사장을 지키다 보면 논리적인 추궁에 앞서 피감자에게 일단 자신의 지적을 인정해 달라고 애소()하는 의원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사실에 근거한 폭넓은 자료와 논리적 심문으로 피감자의 공감을 얻어내야지, 내 체면 살려주면 나도 봐주겠다는 식이라면 감사가 아니라 거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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