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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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2.0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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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부르는 광우병 소고기
김 명 신 <논설위원·옥포초 교사>

"쾌활하고 똑똑한 13세의 조안나가 수학 시간에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컴퍼스로 자기 손을 찌르기 시작했다. (중략) 그 후 컵이나 칼로 가족을 위협하고 나중엔 몸을 가누지 못하고 음식물을 삼키지 못해 위를 뚫고 음식을 넣어주다가 결국 침도 삼킬 수 없는 지경이 되더니 인공호흡기로 생활하다 사망했다. 광우병이 얼마나 파괴적인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엄청난 비용을 치를 것이다."

지난 11월 23일 '광우병 피해 증언대회'에 참석한 영국의 인간 광우병 사망자 '조안나'의 어머니 자넷 깁스의 말이다.

광우병의 공포는 치사율 100%라는 데 있다. 광우병 위험물질은 0.001g만 섭취해도 걸릴 수 있으며, 물에 끓여도, 기름에 튀겨도 없어지지 않고 반드시 600도 이상에서 소각을 해야만 없어진다. 광우병에 걸린 소를 땅에 묻었을 경우에도 광우병 위험물질은 땅에 남아 있다가 식물에 흡수되어 이것을 먹은 동물들의 몸으로 전이된다. 광우병 위험물질은 소의 뼈나 연골, 내장 등에 가장 많이 분포하며 30개월 미만 살코기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광우병이 발생하자 소고기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크게 3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육류 사료금지, 인간광우병을 일으키는 위험물질(SRM) 제거, 일본 전역 350만마리 소고기에 대한 전수검사를 결정했다. 이런 검사 과정에서 30개월 미만 살코기에서도 광우병 위험물질이 존재함을 밝혀냈고, 수입조건을 20개월 미만 살코기로 제한하였다.

우리는 어떠한가 제대로 된 공청회 한 번 하지 않고, 미국의 요구대로 30개월 미만 살코기의 안전성만을 국민들에게 강조하며 수입의 문을 열었다. 마치 단순 엑스레이 이물질 검출기 검사를 통한 뼛조각의 유무만 확인하는 것으로 광우병 위험물질을 검사할 수 있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눈속임하면서 말이다.

단순 엑스레이 검사에서조차 계속 뼛조각이 발견되자 미국은 뼛조각 제거가 현실상 불가능하다며 "조그만 연골 조각이 발견된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데도 한국이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을 거부했다"며 생떼를 쓰고 있다. 미국의 태도는 위험물질이 있든 없든 무조건 수입하라는 것인데, 정부는 해당 작업장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만 했을 뿐 근본적인 대책마련은 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충청북도는 청주시 학교급식운동본부의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제기에 살코기는 안전하다는 농림부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게다가 광우병 소고기는 통상문제와 중앙정부의 업무라며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이는 도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을 1차적 소임으로 하는 자치단체로서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이런 직무유기와 안일함에는 '미국사람들도 다 먹는 고기인데 뭐 어떠랴' 하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미국과 우리는 식습관에 큰 차이가 있다. 살코기만을 주로 이용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는 내장부터 뼈까지 우려먹으며 소고기를 여러 음식의 기본 베이스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광우병에 대한 노출은 매우 광범위하다. 더구나 값싼 미국산 소고기의 90%가 위탁급식으로 소비될 것을 감안하면 우리 아이들의 대부분이 안전한 학교급식이 아니라 위험천만한 학교급식으로 내몰리는 상황인 셈이다.

미래 세대인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이러한 조치에 대해 NO하지 못하는 정부나 지자체에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맡길 수 없다. 한우와 수입소고기에 대한 철저한 전수조사와 완벽한 추적시스템, 식품안전 조례 등의 안전망을 만들기 위해 전 도민이 관심과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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