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Das Parfum)
향수(Das Parfum)
  • 김주희<청주 수곡중>
  • 승인 2016.03.2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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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김주희

소설 ‘향수’(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는 18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백화점 1층에 자리 잡은 고급 수입 향수 매장들. 고급스런 조명과 인테리어, 백화점 밖에서는 맡기 어려운 여러 가지 향수 냄새가 뒤섞여 백화점을 찾은 사람들이 우아한 귀족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곳이다.

그러나 향수 산업이 태동한 18세기 파리의 생활상은 오늘날 고급 프랑스 향수가 풍기는 이미지와는 달랐다. 당시 파리는 박테리아 분해 활동에 제약을 가할 방법을 알지 못했고, 화장실 시설이나 쓰레기 처리 시설이 매우 열악했다.

‘강, 광장, 교회 등 어디라고 할 것 없이 악취에 싸여 있었다. 다리 밑은 물론이고 궁전이라고 다를 바가 없었다. 농부와 성직자, 견습공과 장인의 부인도 냄새에 있어서는 매한가지였다. 귀족들도 전부 악취에 젖어 있었다. 심지어 왕한테서도 맹수 냄새가 났고 왕비한테서는 늙은 염소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향수’는 도서 ‘소설처럼’에서 책에서 멀어진 고등학생들을 독서의 세계로 이끈 책으로 소개되어 있다. 1991년 초판이 발행된 매우 오래된 책이고, 영화로도 제작 되어 널리 알려진 책이지만 나와는 인연이 없었는지‘소설처럼’의 소갯글을 접하고야 읽게 되었다. 막상 책을 집어든 후에는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고 완독 한 것 같다.

작가는 인간의 여러 감각 중 ‘후각’을 부각시키며 독특한 인물인‘그르누이’를 등장시킨다. 20대 중반에 접어든 그르누이의 생모는 앞서 네 번의 출산을 했지만 아이들은 모두 사산되었거나, 태어나자마자 죽는다. 생명에 대한 윤리 의식도 위생 관념도 전혀 없는 그르누이의 생모는 생선을 토막 내던 좌판 아래에서 그르누이를 낳고, 생선 부산물과 함께 아이를 버린다. 버려진 아이는 살아남고, 생모는 참수된다. 생선 썩는 악취가 진동하는 곳에서 태어난 그르누이는 냄새를 구별하고 기억하는 데 있어 천재적인 능력을 지녔다. 그르누이는 한 사람에게서 풍기는 냄새로 그 사람이 누구와 만났고 어떤 일을 했는지 모든 행적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이면 지니고 있어야 할 고유한 체취가 그르누이에게는 없다.

문명사회에서는 시각에 의해 분별된 정보로 세상을 익히고 경험한다. 그러나 인간의 감각은 빛을 인식하는 시각 외에도 후각, 청각, 촉각, 미각 등 다양한 감각이 있다. 냄새의 세계는 보여주고 보여지는 것에 익숙해진 우리가 도외시 한 또 하나의 큰 세계다.

체취가 없는 그르누이는 언제나 자아를 찾고자 몸부림쳤고 너무 외로웠다. 그의 유일한 삶의 의미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냄새를 찾는 것과 그 냄새를 자신의 것으로 가두는 것이다.

결국 그르누이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하게 만드는 향수를 제조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냄새를 소유한다. 그 향수는 사형 집행장의 모든 사람과 피해자의 아버지까지도 그르누이를 사랑하게 만들지만, 그르누이는 그 자신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끔찍한 죽음을 택한다.

달과 6펜스의 스트릭랜드를 만났을 때처럼 평범한 사람을 넘어서 있는 그르누이를 인간의 윤리적인 잣대로 판단할 수 없었다. 또한 천재들이 지닌 광기의 이면에는 평범하고자 했던 그들의 외로움이 함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며 책을 읽은 듯하다. 판타지에만 빠져 있는 학생 때문에 고민이 된다면 이 책을 권해주면 좋을 듯하다. 처음에는 무관심하다가 며칠 후에는 분명 이런 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선생님, 지난번에 알려주신 책 진짜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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