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 가부장행정(嘆 家父長行政)
탄 가부장행정(嘆 家父長行政)
  • 김태종<삶터교회 목사>
  • 승인 2016.03.24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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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 김태종<삶터교회 목사>

어떤 제도나 규범 자체를 옳다거나 또는 그르다고 말하는 것은 한쪽 측면에서만 그것을 보고 내린 결론일 것입니다. 그런 것들 가운데 낡은 가치관이고 관습이라고 하면서도 아직도 우리의 삶 곳곳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때로는 긍정적으로, 때로는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가부장제가 있습니다.

가부장제 그 자체는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닙니다. 그것의 형성과정을 놓고 볼 때에도 역시 두 가지 관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한다면 좀 밋밋한 표현이긴 하지만 역사의 진행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난 것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다만, 가부장제가 부정적인 기능을 하게 된 배경은 그다지 곱지 않습니다. 남성우월주의가 거기 끼어들고, 가장에게 모든 권한을 주면서 성차별이라든가, 가장의 부도덕함이나 탈법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나머지 가족들의 사소한 실수나 잘못에 대해서는 가혹해지는 것이 가부장제의 특징으로 자리를 잡았을 때의 문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가부장제에서의 가장이 자신과 가정, 그리고 사회에 대해 성실하고 책임감이 있으며, 따뜻하고 부드럽다면 가부장제에서 일어나는 일이 부정적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결국, 어떤 제도나 규범, 또는 가치관이 그 자체로 옳거나 그른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결정권자의 삶의 태도가 중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하더라도 그 제도를 가지고 권한을 행사하는 이의 태도가 부당하고 부정하다면 결과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특히 어렵고 복잡한 문제는 태도가 바람직하지 않은 제도의 운영자가 자신의 지위를 권력으로 사용할 경우입니다.

가정폭력이라고 하는 것은 대부분 이런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가장이라는 이가 문제의 해결을 폭력이라는 도구로 활용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그럴 때 피해자는 약자이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모든 정당성이 부정됩니다. 가정이라고 하는 울타리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사정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더구나 가부장적인 사회라고 하면 웬만한 가장의 부당함이나 폭력은 그대로 정당화된다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가부장제가 이미 사문화된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가부장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 가정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직장이라든가 대인관계, 잠깐 모였다가 흩어지는 집단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이렇게 가부장제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 데에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갈수록 꼬여가기만 하는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문제가 이것과 밀접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일이 잘못된 것은 청주시와 해당 보건소, 그리고 담당 부서의 안일함이 원인인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힘없는 요양보호사들과, 그 피해의 부당함을 알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 청사 주변의 주민들과 시청 앞을 오가는 이들의 불편으로까지 이어집니다.

일이 되어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가부장적 행정이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말로는 위민행정(爲民行政), 곧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행정이라고 하는데, 힘없는 이들에게는 그것은 말도 꺼내지 못할 상황이 거듭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가부장행정을 탄식한다’는 제목의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음을, 그리고 이 모든 결정적 책임은 여전히 청주시 당국에 있음을 모든 시민이 알아주셨으면 싶어 이 말을 했음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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