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사랑의 이중주
돈과 사랑의 이중주
  • 김기원<시인·문화평론가>
  • 승인 2016.03.23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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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 김기원

어딜 가나 돈 타령, 사랑 타령입니다. 돈 없으면 불안하고 사랑 없으면 허전하니, 돈벌이 사랑놀이에 여념이 없습니다.

다들 안쓰러울 정도로 돈을 찾고 사랑에 집착합니다.

적절한 돈과 사랑은 행복을 부르지만, 과도한 욕심과 집착은 불행을 부릅니다. 돈에 울고 사랑에 우는 야속한 세상입니다.

돈 몇 푼 때문에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죽임을 당하기도 합니다.

죽고 못 살던 연인들이 어느 날 원수가 되어 갈라서고, 심지어 죽고 죽이는 악연이 됩니다.

이처럼 돈과 사랑은 불행과 범죄의 씨앗이 되기도 하고, 행복과 평화의 씨앗이 되기도 합니다.

돈과 사랑은 동전의 양면 같아서 닮은 게 참으로 많습니다.

첫째, 돈과 사랑은 다다익선입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게 돈이고 사랑입니다.

둘째, 돈과 사랑은 욕심을 잉태합니다. 10억 원을 가지면 100억 원을 갖고 싶고, 100억 원을 채우면 1000억 부자가 되고 싶어 합니다. 사랑도 이와 같습니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게 돈이고 사랑입니다.

셋째, 돈과 사랑은 집착하면 패가망신합니다. 돈에 집착하면 돈이 달아나거나 돈의 노예가 되고, 사랑에 집착하면 상대와 자신을 옥죄는 멍에와 비수가 됩니다.

넷째, 돈과 사랑은 베풀 때 빛이 납니다. 치부를 위한 돈이 아니라 선을 위해 쓰는 돈이 가치 있고, 소유하는 사랑이 아니라 베푸는 사랑이 아름답습니다. 베풀라고 있는 게 돈이고 사랑입니다.

스티브잡스도 죽기 전에 ‘돈 버는 괴물이 된 자신을 후회한다.’고 술회했습니다.

다섯째, 돈과 사랑은 인류문명을 진화케 하는 에너지입니다.

기업도 과학문명도 예술문화도 모두 돈이라는 동기부여가 있기 때문에 발전하고 창출됩니다. 좋은 제품,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내면 돈방석에 앉게 되니까요.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류를 지속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부정을 긍정으로 변화시키고, 차별과 불평등을 극복해 내는 힘의 원천입니다.

여섯째, 돈과 사랑은 전쟁입니다. 돈은 시장이라는 전쟁터에서, 사랑은 사람이라는 전쟁터에서 뺏고 뺏기는 총성 없는 전쟁을 벌입니다. 선점하고 교감하는 전쟁입니다.

일곱째, 돈과 사랑은 배신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둘 다 배신하거나 배신당하면 상대를 죽이기도 하고, 상대에게 죽임을 당하기도 합니다. 무서운 보복과 응징이 따르는 게 돈이고 사랑입니다.

여덟째, 돈과 사랑은 행ㆍ불의 시소게임입니다.

어느 한 쪽이 기울거나 부실하면 재미없어지니까요.

이처럼 돈과 사랑은 불가분의 관계이지만 살다 보면 돈과 사랑 중의 하나를 택일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아니 둘 중 하나를 버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심순애가 가난한 이수일을 버리고 돈 많은 김중배에게 갔듯이, 요즘 많은 사람이 사랑을 버리고 돈을 택하는 돈 세상이 되었습니다.

돈으로 사랑도 욕망도 살 수 있고 죄 사함도 받을 수 있는 돈 세상이 되었습니다.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재벌회장에게 국회의원조차 증인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회장님 회장님 하는 세상이니 말입니다.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게 돈인데 씁쓸하기 그지없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같은 지고지순한 사랑은 신화가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순애보는 그렇게 고전에만 있는 유물이 되고 말았지만, 여전히 사랑은 아름답고 위대합니다.

돈과 사랑의 하모니가 아름다운 세상을 꿈꿉니다.

‘돈보다 사랑이 좋다’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사랑이 넘치는 세상이었으면 합니다.

돈보다 그대를 더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시인·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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