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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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6.03.23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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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송 찬 호

 

 

 

 

 

 

 

 

나비는 순식간에
째크나이프처럼
날개를 접었다 펼쳤다

도대체 그에게는 삶에서의 도망이란 없다
다만 꽃에서 꽃으로
유유히 흘러 다닐 뿐인데,

수많은 눈이 지켜보는
환한 대낮에
나비는 꽃에서 지갑을 훔쳐내었다



# 한해살이 나비를 통해 삶의 방식을 배웁니다. 날개를 접었다 펴는 아주 사소한 일도 나비에게는 목숨을 거는 일입니다. 머뭇거리거나 되돌릴 시간이 없습니다. 수많은 눈과 환한 대낮도 맞닥쳐야 할 길입니다. 이처럼 명징한 현실 앞에 도망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날렵한 자세로 의연하게 흔들림없이 유유히 흘러가는 것임을 나비는 이토록 자명하게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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