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
부끄러움
  • 신금철<수필가>
  • 승인 2016.03.22 17: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 신금철

서울에 사는 둘째 아들이 갓 돌을 지나 기저귀를 차고 불룩한 엉덩이를 흔드는 제 딸의 모습을 휴대전화의 가족 밴드에 올렸다.

음악에 맞춰 흔드는 뒷모습이 너무도 귀여워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동영상을 여러 번 되돌려 보는데 함께 사는 일곱 살 큰 손녀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부끄럽다고 그만 끄라고 재촉을 한다.

큰 손녀는 내가 우유 먹이고 기저귀 갈아주며, 업어주고 안아서 키웠기에 온 정이 다 든 아이다.

얼굴도 예쁘고 애교가 많으며 온갖 재롱을 부려 딸이 없던 우리 부부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어린이집에 다니고부터는 매일 저녁 춤과 노래로 피곤했던 가족들에게 엔도르핀을 선사했다. 그러던 아이가 요즘엔 재롱을 멈추었다. 부끄럽다는 것이다.

부끄러움의 의미는 양심에 거리낌이 있어 떳떳하지 못하며, 옳지 못한 행위를 했을 때 보이는 태도이다.

이제 일곱 살 손녀가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해 떳떳하지 못해서의 부끄러움이 아니라 아마도 수줍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 돌 지난 아기는 불룩하게 기저귀를 찬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데 비해, 일곱 살이 된 손녀는 어렴풋이 세상의 모습에서 부끄러움을 배워 자신의 모습을 다른 이에게 보여주기 두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대부분 부모는 자신보다 더 자식을 사랑한다.

자신은 굶더라도 자식을 위해 온갖 고생을 감수한다.

그런데 어찌 자식을 굶기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때려서 숨지게 하고 시신을 집안에 방치한 채 자신은 밥을 먹고 잠을 잤을까?

요즘 자식을 학대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사건 뉴스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떨리고 울분을 토한다.

행여 어려운 처지에 놓인 아이들이 부모에 대한 불신과 불안에 떨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고, 인간으로서 도저히 해서는 안 될 몹쓸 어른들의 행동이 너무도 부끄럽다.

수줍음에서 나오는 부끄러운 모습은 겸손으로 보여 아름다울 때도 있지만, 정작 부끄러운 행동을 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른다면 이는 양심을 저버린 파렴치한이다.

어른은 아이들의 거울이라고 한다. 잘못된 어른들의 행동이 순수한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까 두렵다.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어갈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어른들이 모범적인 행동을 보여야겠다.

총선을 앞둔 요즈음 일부 정치인들의 행위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모두 국민을 대신해 좋은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분들의 모습이다.

읍참마속(泣斬馬謖), 토사구팽(兎死狗烹), 배신(背信), 아전인수(我田引水), 이전투구(泥田鬪狗), 말 바꾸기, 선거철이면 신조어로 등장하는 단어들의 의미를 아이들에게 설명하기 부끄럽다.

모쪼록 진심으로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분들이 금배지를 달게 되었으면 좋겠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는 어느 분의 자신에 찬 모습을 보며 씁쓸하다. 과연 우리는 하늘을 향해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고 있는지 함께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