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한 번 제대로 자고 싶습니다
잠 한 번 제대로 자고 싶습니다
  • 백신혜<청주 한국병원 신경과 과장>
  • 승인 2016.03.2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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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 백신혜

잠을 자야 하는데 잠이 오지 않는 것만큼 괴로운 것은 없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들이 부쩍 늘어난 가운데 수면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보건 복지부 통계를 살펴보더라도 수면 장애로 병원에 내원한 환자가 2006년 15만 명에서 2010년 29만 명으로 2배가량 증가했으며, 병원에 내원 하지 않는 사람까지 생각한다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수면 장애로 고통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체 인구의 10~30%가 불면증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불면증을 진단받은 사람뿐 아니라 불면증의 증상(잠들기가 어렵다, 자주 깬다, 낮에 졸리다 등)을 호소하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30~48%까지 증가한다.

일반적으로 불면증은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발생하고, 남자보다는 여자에서 좀 더 흔하며, 이렇게 불면증이 있는 사람들은 불안 장애나 우울증, 공황장애 등이 동반된 경우가 많다.

불면증이란 환자 자신이 잠이 불충분하거나 비정상적이라고 느끼는 상태이다. 잠이 들기 어렵거나, 자다가 자주 깨거나, 한번 깨면 다시 잠들기 어렵거나, 수면시간이 짧다고 느끼거나,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은 증상이 발생하고, 이것으로 말미암아 다음날 사회 활동에 어려움이 생기거나 예민해지거나 우울해지는 등 기분 변화가 생긴다.

불면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나,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한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약물이나 갱년기 증상, 신체적 질환 등도 원인이 되며, 수면제의 장기 복용 탓에 수면제 의존성 불면증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불면증을 겪는 사람들 일부는 불면증을 질병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혼자 끙끙 앓거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오히려 술이나 수면제를 통해 단기적인 고통만 해결하려고 애를 쓰는 경우가 많다.

그뿐 아니라 일시적인 불면증이 생겼을 때 잘 자기 위해 노력하는 여러 행동(계속 누워서 잠을 청하거나, 낮잠을 많이 자려고 하거나, 낮 동안의 졸림을 막고자 카페인 음료를 많이 마시는 등)에 의해 불면증이 만성화된다.

불면증이 오래되면 많은 환자는 잠에 집착하게 된다. 자고 싶다는 생각에 계속 누워 있게 되고, 잠을 청하고, 낮에도 잠 생각만 한다. 모든 일을 잠과 연관 지어 생각한다. 화가 나도 잠을 못 자서 그렇고, 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 잠을 못 자서 그렇고, 짜증이 나도 잠을 못 자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잠을 잘 자던 시절에도 화가 나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짜증이 날 때가 있었다. 잠을 못 자는 상황이 나의 상태를 좀 더 나쁘게 만들 수는 있지만 불면증 자체가 모든 상황을 유발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잠이란 연애 대상과 같다. 너무 좋아서 쫓아다니면 오히려 멀리 도망가고, 잊어버리고 있을 때 다시 다가오는 것이 바로 잠이다.

하지만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잘못된 수면 습관을 반복하거나 적합하지 않은 치료를 받게 되면 만성적인 불면증만 불러일으키게 된다.

불면증은 의지가 약하거나 예민해서 생기는 증상이 아니고, 잠이 오지 않는 질병이다. 질병이 있다면 혼자서 고민하고, 치료하려고 하기보다는 제대로 된 진단을 받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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