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와 후보자
유권자와 후보자
  • 박경희<수필가>
  • 승인 2016.03.2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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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박경희

정치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1995년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중국 베이징에서 대단한 발언을 한 일이 있다.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다.’

대한민국이 그렇다는 얘기였으며 이 폭탄발언 때문에 나라 안이 발칵 뒤집혔었다. 특히 정치권의 반발이 컸었다. 그런데 그런 격한 반응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고 사그라졌다. 가장 큰 이유는 사실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그가 작심하고 한 발언은 그때의 현실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현재 그 발언들의 내용은 어떤 변화와 발전이 있었는가. 유감스럽게도 그렇다고 대답할 수가 없다.

국민-유권자의 수준이 곧 정치의 수준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책임은 일차적으로 우리에게 있다. 먼저 의회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공부하자. 입법부-국회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며 감정이 아니라 냉철한 이성으로 후보자를 분석하고 판단해야 한다. 정치판을 바꾸는 것은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또 해내야 한다. 정치판을 탓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탓하자. 결국 선진정치는 선진국민에 의해 창출되는 것이다.

지역구에서 선출된 국회의원은, 말하자면 자기 선거구민-유권자를 대표하는 대의원(代議員)이다. 선거구민의 정치적인 입장과 희망을 대표하는 독립적, 정치적 존재이다. 그 국회의원이, 당론 때문에 독립성을 훼손 당하는 게 지금의 국회다. 당론과 공천이 한국정치의 발전을 가로막는 큰 덫임을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 이번 20대 국회에서는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은 미래 지향적 방향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해 정치 개혁을 이끌어 갈 정치 혁신가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단연코 우리가 그들을 바꿔야 한다. 정치의 발전은, 언제나 건전하고 건강한 야당에서 시작된다. 한국정치가 4류를 벗어나는 길도 거기에 있다.

후보자는 출사표를 던지기 전에 자기를 검증하고 판단해야 한다. 유권자에게 실현 가능한 공약도 제시하고, 당선된 뒤에는 공약실행에 몸바쳐 일할 각오도 해야 한다. 명분 있는 공약과 비전도 없이 당선만을 목적한 감언이설이나 표만 모으려는 선동은, 60여년 지켜온 공명선거의 역사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유권자 역시 후보자의 평가에 공정해야 한다. 꼭 맞는 대표자를 선택하는 일은 유권자의 권리지만 의무이기도 하다. 건강하고 밝은 사회를 위해서는 유권자의 사명이 더 크리라 믿는다.

4.13 총선을 앞두고 후보자 모두 사람들이 듣기 좋은 말만 하고 있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선심성 공약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가 모두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다. 자기의 꿈, 철학, 신념에서 나오는 설득력이 없다. 아무도 ‘쓴소리’를 하지 않는다. 그중 누구라도 “이건 이래서 안된다”고 외치면 그 사람을 믿을 것이다. 이제는 혈연, 지연, 학연을 털어버리고 구호성 총론이 아니라 구체적인 각론을 잘 살펴봐야 한다.

우리는 어떤 물건을 사려고 할 때, ‘고를게 없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앞에 놓여 있는 상품의 질이 떨어져 골라낼 게 없다는 얘기다. 반대로 ‘어떤 것을 골라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할 때도 있다. 그만큼 상품의 질이 고르게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유권자도 눈빛에 날을 세울 때가 되었다.

기권은 ‘무시’일수도 있지만, 그 결과는 ‘단결된 소수의 전횡’을 부르게 된다. 기권하는 개인에게는 그것이 합리적 선택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선택한 이상 투표는 기권해서는 안 되는 기초 중의 기초다. 때문에 상습적인 기권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애써 만든 틀에 공생하는, 어떤 책임도 나누어 지지 않으면서 열매만 따 먹는 사람들이다.

신중한 선택과 적극적인 투표, 해답은 그 안에 있다. 그리하여 우리 스스로 우리의 살길을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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