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가치로서의 공중전화
공익 가치로서의 공중전화
  • 임성재 <칼럼니스트>
  • 승인 2016.03.1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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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며칠 전, 휴대전화기를 잃어버렸다. 몇 군데를 돌아다닌 터라 어디에 놓았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집을 나서며 우선 공중전화를 찾았다. 먼저 면사무소를 들렀는데 공중전화가 없다. 우체국엔 있겠지 하고 갔더니 우체국에도 없단다. 시내를 향해 20여 키로미터를 달려 나오는 동안에도 공중전화를 찾을 수 없었다.

점점 초조해지면서 공중전화가 설치되어 있을만한 곳을 추리해보았다. 대형아파트 단지를 둘러보았고, 학교 앞, 주민센터, 은행지점 등을 가보았지만 끝내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커피숍에 들어가 전화를 빌려 쓸 수 있었다.

우리는 각자의 손에 들려 있는 핸드폰의 편리함에 어느덧 익숙해져 거리에 공중전화가 하나둘씩 사라져 버린 것을 거의 알아채지 못하고 지내왔다. 하긴 개통된 휴대전화의 숫자가 5천만대를 넘었다니 숫자상으로는 우리나라 인구수를 초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공중전화의 이용횟수가 크게 줄어들어 공중전화를 유지하는데 드는 손실액이 해마다 100억원이 훨씬 넘는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공중전화는 2011년부터 2015년 사이에 전국에서 2만대 정도가 철거되어 이제는 약 7만대 정도의 공중전화가 남아 있다하니 1년에 약 4천대의 공중전화가 사라지고, 인구 천 명당 1.5대의 공중전화가 설치되어 있는 셈이다.

그럼 이렇게 적자를 기록하는 공중전화는 모두 사라져야하는 것일까? 경제적 관점으로 보면 물론 그러하겠지만 빈곤층, 노인, 어린이, 학생, 외국인노동자, 유학생 등 통신약자를 위한 보편적 서비스 가치로 볼 때나 재난재해, 테러, 해킹 등 긴급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를 대비하려면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유지하여야 통신의 근본적인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음성통화만을 위한 공중전화가 아니라 전화 부스를 도시 미관에 어울리게 디자인하여 거기에 휴대전화 충전기능을 추가 하고, 휴대전화를 갖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길 찾기 프로그램 등을 설치한다면 거리의 새로운 볼거리로 변신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시설에 드는 비용은 통신회사들이 이익금을 일정 부분 공익에 환원하는 방식이면 바람직 할 것이다. 무한한 경쟁력으로 많은 수익을 얻는 통신사는 그 혜택을 통신사 이용자나 그것에서 소외 받는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마땅한 일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에 가면 그곳엔 아직도 공중전화 부스가 여전히 존재하며 다양한 기능을 함께 제공하고 있음을 쉽게 볼 수 있다.

공중전화의 변신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곳은 미국의 뉴욕시 이다. 보도된 기사에 의하면 뉴욕시는 8900대의 공중전화를 키오스크(KIOSK)라고 하는 무인종합정보안내시스템으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시민들은 공중전화에서 미국전역에 무료로 전화를 걸고, 길을 찾고,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교통정보 등을 얻게 된다. 그리고 뉴욕시는 키오스크에 디지털광고를 도입해 년 간 수백억 원의 광고수입도 예상을 한다니 그야말로 공중전화의 대 변신이라 할 수 있다. 영국의 런던시도 도시디자인의 상징으로 유명한 빨간색 공중전화 박스에서 무료로 모바일기기를 충전할 수 있도록 충전소 기능을 덧붙이는 등 공중전화의 활용성을 높여나가고 있다.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었다고 국민 모두가 집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 집은 자꾸 늘어나는데 집 없는 서민들의 설움은 날로 커져간다. 마찬가지로 휴대전화 가입대수가 총 인구수를 넘었다 해도 모든 사람이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논리에 의한 공중전화의 철거는 그들에게 상대적인 불편과 박탈감만을 더 크게 안겨줄 뿐이다. 따라서 공중전화의 수를 점점 줄여나갈 것이 아니라 공중전화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최적의 장소를 선택하여 설치하여야 한다. 유동인구가 많은 역이나 터미널, 주민센터 같은 누구나 알 수 있는 공공장소에는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빈곤층 밀집지역이나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것, 외국인노동자들의 거주 지역, 학교 앞 등에 설치하여 통신약자들이 이용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배려해야 한다.

공중전화 부스가 사업 적자의 상징이며 골동품이 아니라 서민들의 편리한 통신 시설이고, 멀티부스, 세이프 존 등으로 변화하는, 진정으로 보편적 서비스의 가치를 실현하는 바람직한 공간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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