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방문의 심리학
가정방문의 심리학
  • 양철기<교육심리·박사>
  • 승인 2016.03.16 18: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 양철기

우리 학교 안전인성부장 강선생님은 오늘도 화장실 가서 시원하게 일 한번 보지 못했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바쁘게 움직인다. 학교는 참 바쁘다. 담임교사들은 더 바쁘다. 비움이 있을 때 채울 수 있을 테데 사회는 온갖 것을 학교에 채우려 한다.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는 감당해야 하는 일이지만 학교가, 교사가 감당하기에는 한계상황에 온 것 같다. 교사들이 비울 시간이 없어 생기는 흔한 직업병인 방광염처럼 학교도 비우지 못하고 채우기만 하는 학교방광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되는 요즘이다.

무엇이 학교를 이렇게 바쁘게 만들까? 결국은 아이들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나 많은 손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정 이외에 우리 학생들을 위해 뭔가를 하고 있는 많은 기관과 단체들이 있지만, 학교가 그 중심에 있으며 그 학교의 중심에는 교사가 있다. 부모 이외에 학생에 대한 책임은 그 어느 기관보다 학교가 가장 크게 지고 있으며 그 실무는 교사에게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사회적으로 아동·청소년과 관련된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학교에는 또 몇 개의 책임과 업무가 떨어진다. 그래도 묵묵히 화장실 갈 시간조차 잊어버리며 그 책무를 감당하고 있는 것이 지금 초·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이다. 필자는 여기서 이러한 현장교사들에게 한 가지 더 짐을 지워 드린다.

교육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교육을 ‘인간 대 인간의 만남을 통한 변화’로 정의하고 있는 실존철학자 볼르노(Bollnow)는 ‘만남은 교육에 선행한다.’라고 했다. 진정한 교육은 교사가 아이들과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날 수 있을 때 가능하다는 말이다. 학생과 교사가 학생의 실생활터전인 가정에서 만남을 가지면 어떨까?

‘10번 상담하는 것보다 1번 가정방문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는 학교 현장의 격언같이 가정방문은 학생에 대한 살아있는 정보를 얻는 통로가 되고, 이는 이후 1년 동안 교사와 학생 관계, 교사와 학부모 관계를 좋게 하고 신뢰 가운데 아이들을 지도하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 가정방문을 통해 교사들은 아이들의 삶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뿐 아니라 아이들을 가슴으로 만나는 경험들을 해 왔고, 그동안 학교의 문턱을 높게만 생각했고, 자녀의 부족함이 부끄러워 교사들에게 자녀의 문제를 놓고 마음껏 이야기하기를 두려워했던 부모들이 가정방문을 통해 교사와 소통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가정방문을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제약과 어려움 또는 역효과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교사의 진정성과 전문성은 그 난관을 훌쩍 뛰어넘고도 남는다. 교사 나름의 원칙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가정방문은 교사와 학생은 진정한 만남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딱딱한 교실에서 마주 보며, 환경 조사서, 나의 소개서, 생활 기록부, 주민등록 등본 등 담임교사가 학생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나 방법이 많이 있다. 하지만 이이들을 집에서, 아이의 방에서 만난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학생이 쓰는 책상, 집안 분위기, 부모님의 교육관,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성, 가족 구성원들의 상태 등등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다만 가정방문이라는 제도가 상급기관에서 정책으로 또는 시책으로 학교로 내려오지 않으면 좋겠다. 전문직인 교원이 전문적인 판단을 하여 자발적으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오늘도 야근하는 안전부장 강선생께 또 하나의 짐을 주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들을 지키고 가르치는 최후 보루(堡壘)는 교사이기엡.

/청주 서원초등학교 교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