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타령
사랑 타령
  • 김기원<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6.03.16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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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 김기원<편집위원>

어하 둥둥 내 사랑!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사랑 타령을 합니다.

‘사랑 없이 난 못 살아요’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사랑은 삶의 오아시스이자 인류의 영원한 로망입니다.

사랑은 인류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에너지이며 행·불을 좌우하는 알파요, 오메가입니다. 모든 예술을 압도하는 주제와 소재도 단연 사랑입니다. 그렇게 많은 시인 묵객들이 사랑을 노래했고 수많은 작품과 명화가 사랑을 그렸건만 러브스토리는 끝이 없습니다.

정신분석학자이자이며 사회심리학자인 에리히 프롬은 사랑에는 크게 보호(노동), 책임, 존경, 지식(이해)이라는 네 가지 요소가 들어있다고 정의했습니다.

첫 번째 보호는 어머니가 아기에게 정성껏 젖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목욕을 시켜주듯 상대를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상대를 위해 기꺼이 노동할 수 있어야 사랑입니다.

두 번째 책임은 응답할 수 있고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내가 나를 책임지듯 상대를 책임질 수 있어야 진정한 사랑입니다.

세 번째 존경은 서로를 존중하고 흠모하는 것입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지배하고 소유하는 게 아니라 그를 편안하게 섬기는 것입니다.

네 번째 지식은 상대에 대한 바른 이해입니다. 지식에 의해 인도되지 않는 보호와 책임은 맹목입니다. 상대를 잘 알아야 맞춤형 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보호, 책임, 존경, 지식이 녹아있는 사랑이라야 진정 아름답고 위대한 사랑이고 그런 사랑을 주고받는 이야말로 정녕 행복한 사람입니다.

한자의 사람인 (人)자가 그러하듯 ㅁ과 ㅇ으로 갈린 한글의 사람과 사랑에도 사람이 곧 사랑이고 사랑이 곧 사람이라는 함의가 들어있습니다. 둘 다 서로 사랑하며 살라는 메시지인거죠.

이성간의 사랑도, 혈육 간의 내리사랑도, 이웃을 위한 이타적 사랑도 모두 희망을 쏘는 거룩한 인간행위입니다. 그 사랑의 끈이 있어 세상이 불의하고 불평등해도, 세상살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다 해도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낳으라는 믿음을 안고 삽니다.

사랑은 평화를 낳고 기적을 낳는 원천입니다. 사랑이 충만하면 평화가 오고 사랑이 결핍되면 불화가 옵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 인스턴트 사랑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종이컵처럼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사랑이 득실거리고 있습니다.

달콤한 사랑은 달콤함이 사라지면 이내 시들해지고 맙니다. 목적지향의 사랑도 목적이 달성되면 쉬 식고 맙니다. 사랑할 권리만 있고 의무와 책임은 없는 속빈사랑, 사랑빈곤시대입니다.

부부지간도, 연인지간도, 사제지간도, 친구와 선후배간에도 받으려만 하고 주는 데는 인색한 이기적 사랑이 문제입니다.

사랑결핍은 아동학대와 존속살인 같은 반인륜적 범죄를 양산합니다. 자식 있는 사람과 결혼했으면 의당 그 자식도 사랑해야 하거늘 지가 낳은 애가 아니라고 굶기고 때리고 죽이기까지 합니다. 이런 팥쥐 엄마들이 사회를 암울하게 합니다. 사랑의 산소와 비타민을 그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합니다. 사랑만이 답이요,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철따라 변화하는 생태계처럼 사랑도 세월 따라 변화고 성숙됩니다. 그러므로 사랑의 내공을 키워야 합니다. 사랑의 진선미(眞善美)를 나이테처럼 차곡차곡 쌓아야 합니다.

세상에 완전하고 완벽한 사랑은 없습니다. 진실한 사랑과 최선을 다하는 사랑이 있을 뿐입니다. 사랑은 오는 게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오늘이 가면 사랑할 날 하루가 줄어듭니다.

사랑하세요. 지금 이 순간에도.

/시인·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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