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에 취직하셨대!”
“시청에 취직하셨대!”
  • 장명순<충주시청 민원안내 봉사자>
  • 승인 2016.03.1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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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청에 취직하셨다며?” “아, 그거? 취직한 게 아니고 봉사활동 중이었어요.”

지난해 6월 충주시청 민원실에서 민원안내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수시로 듣는 말이다.

여기에 ‘집에서 편히 쉬시지…’ ‘교장 쯤 하신 분이 민원안내 같은 단순한 일로 봉사나 하다니…’ 등 그 속까지는 알 수 없으나 칭찬보다는 부정적 활동으로 보여 나의 격이 낮아짐을 걱정하는 것으로 짐작함은 조금 과한 자기비하인지.

필자는 2014년 충주 탄금호에서 열린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정경기의 자원봉사를 한 적 있다.

나의 작은 봉사로 본 대회가 잘 마무리 되었고 많은 사람들과의 교감 속에 세상 구경도 하며, ‘자원봉사’라는 미명으로 저무는 충주 탄금호의 잔잔한 수면위에 ‘모두의 기쁨’이 새겨지는 것 같았다.

그 후 공직 경험과 재능을 이웃과 공동체와 나누면서 은퇴 후 삶의 보람을 실현하고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자 뜻을 같이 하는 회원들과 함께 2014년 10월 ‘충주상록자원봉사단’을 조직했다. 봉사단은 시청 민원실 민원안내, 세계무술공원 환경정화 활동 등의 봉사활동을 꾸준히 실천해 오고 있다.

시청 민원실 봉사는 회원 10명이 참여해 주 1회, 회당 3시간씩 진행되며, 필자 또한 목요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봉사하고 있다.

업무는 민원 팩스보내기, 서류복사, 여권 서류작성, 부서 위치 안내, 무인민원발급기 조작 돕기 등 단순하고 쉬운 역할로 민원인을 돕는 일이다. 그럼에도 안내를 받으신 분이 볼 일 보고 돌아가실 때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그것도 젊은 사람보다는 나이 드신 분들이 감사 인사를 더 많이 주셨는데, 그럴 때마다 ‘잔잔한 감동’을 가슴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아, 나의 작은 도움도 남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힘이 되는구나!’

집 나간 아들 이름으로 배달된 체납통지서를 들고 찾아와 세금 감면을 부탁하며 아들을 찾아달라는 여든 넘으신 노모의 애절한 눈물사연, 남편 사망신고 후 재산 정리하려고 떼어 본 등기부 등본엔 발 빠른 시동생 이름으로 등기이전됐다고, 빼앗긴 내 땅 찾아달라는 기막힌 사연, 너무 일을 많이해 지문 인식이 안 되는 민원인이 지문인식기를 원망하는 모습 등 민원인의 애로사항을 들어주며 안내해 드리는 것이 내가 맡은 역할이었다.

안내나 도움의 손길에는 그간의 교직생활에서의 노하우와 상담교사 자격증은 그닥 도움이 되지 못했다. 여기에 내 역할, 내 기능, 내 인내 등도 한계를 느끼며 다시 사회를 배우고 경험하게 됐다. 무엇보다 무한 봉사도 전문성을 쌓은 후 임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고까짓 것 정도의 민원 안내는 누구나 할 수 있지’ 라는 안이한 생각은 재고(再考)되어야 함을 느끼는 계기도 됐다.

민원실 대민창구 공무원들의 업무수행시 애환을 보면서 시장님을 비롯한 행정 공무원들의 노고를 교육공무원이었던 내가 역지사지(易地思之)로 느끼고 이해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직장생활에서 퇴직이 ‘제1의 정년’이라면, 이제 내 자유 의지대로 정년을 결정하는 ‘제2의 정년’은 노후를 경제적으로 윤택하게 보탤 돈을 벌며 살 것인가? 자기실현의 인생을 살 것인가? 사회환원 활동으로 인생을 살 것인가? 등 나름대로 선택해야 할 것이다.

이제 누구라도 ‘시청에 취직하셨습니까?’라고 물으면, 자신있게 당당하게 ‘네, 취직했습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라고 큰 소리로, 자신 있게 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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