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 책과 애인하세요
새봄, 책과 애인하세요
  • 박숙희<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6.03.13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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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 박숙희<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마음의 문을 열고 더 자세히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를,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으로 반추하려는, 「직지」상권 열세 번째 이야기는 6조 혜능 대사(六祖 惠能 大師)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직지’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6조 혜능 대사(六祖 惠能 大師)가 나무를 해서 편모를 모셨는데, 하루는 나무를 짊어지고 객점 가운데 가다가 어떤 나그네가 《금강경》의 “응당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는 문장을 외우는 것을 들으시고 마음이 곧 송연하여 그 나그네에게 물어 말씀하시기를 “이것은 어떤 법이며 어떤 사람에게 얻었습니까?”나그네가 말하기를 “이것은《금강경》이라고 이름 하나니 황매산의 홍인대사에게서 얻었노라.” 6조 대사가 바로 황매산 동선사에 가시니 홍인대사가 한 번 보시고 묵묵히 알아보시니라. 6조대사가 돌을 짊어지고 방아를 찧으시고 드디어 가사와 법을 받으시어 남쪽으로 가셔서 회집(懷集), 四會에서 숨어 계시더니 조계에 이르러서 대법우를 퍼부으시니 배우는 이들이 천 명 이상이었다.

6조 스님은 나무장사를 해서 편모를 모셨다고 한다.

정작《금강경》을 외우는 사람은 깨치지 못했는데 듣는 사람이 깨우쳤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그러니까 목수는 집을 잘 짓지만 좋은 집에 살지 못하고 다른 사람만 좋은 집에 살게 된다는 것이겠다. 도인은 도인을 알아보고 성인은 성인을 알아본다.‘유성인(唯聖人)이라야 능지성인(能知聖人)이라. 오직 성인이라야 성인을 안다’는 것 아니겠는지.

어떤 법의 본질적 성질을 그 법의 자성(自性)이라고 하는데, 혜능 대사는 이 자성이 본래 공하고 자성이 우주만법을 능히 내기도 하고 또한 본래 청정해서 본래 때가 없는 도리를 아셨는데, 그런 말들이 《육조단경》에도 나온단다.

6조께서 “어쩌면 자성이 본래 청정하며 어쩌면 자성이 본래 여러 가지 만법을 능히 냅니까?”하는 도리를 5조께 여쭈었단다. 처음에는‘본래 한 물건도 없으니 어느 곳에 먼지가 끼었느냐?’하는 정도였는데, 나중에는 마음이 본래 비고 청정한 것만은 아니라 우주만법이 마음에서 나오는 도리까지 다 알고 깨우친다는 말씀을 하셨단다. 그래서 5조로부터 의법을 전해 받으시고 고향인 남쪽 광동성 보림사 쪽으로 가셨단다.

회집(懷集), 四會는 지명인데 6조께서 거기서 행자로 15년간 은둔생활을 하셨단다. 그곳에 6조의 문하생들이 항상 천여 명 이상이었다는 것이겠다.

이는 책을 읽어야 나도 살고 국가도 산다는 것 아니겠는가. 빵보다 소중한 것이 책이라는 것.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12위 경제 대국이라지만 정신적으로는 최하위 빈곤국이다. 지난해 한 가정이 한 달 책값으로 평균 1만6000원을 썼다고 한다. 한 달에 한 권 정도 구입한 것 아니겠는가.

6조 혜능 대사가 ‘자성’을 미리 아셨듯이 국내에도 배움에 미친 좋은 롤모델이 있다. 세종대왕, 장영실, 이순신, 정약용, 이황, 이이, 신사임당 등이다. 현재도 좋은 모델은 많다. 즐겨 읽고 많이 읽는 환경으로 ‘새봄, 책과 애인’해 봄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금강경》의 “응당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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