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행정인가
누구를 위한 행정인가
  • 임성재 <칼럼니스트>
  • 승인 2016.03.10 2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말논단
▲ 임성재

3월 9일 아침, 도서관 신문 전시대 앞을 지나다가 문득 멈춰 섰다.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충북에서 발행되는 7종의 지역신문 1면에 황교안 국무총리와 이시종 충북지사가 활짝 웃으며 박수치는 사진이 거의 같은 크기로 올라 있었다. 7개 신문이 1면을 똑같은 사진으로 장식하는 일은 흔치않은 일이라서 기사를 살펴보니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 1주년 소식이었다. 이 센터가 지난 1년 동안 101개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해서 연간 400억원의 매출을 증가시켰고 154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는 성과를 올렸다며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 1년의 성과를 소개하는 기사였다.

이 기사를 보면서 슬그머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대통령이 전국의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마다 참석할 만큼 신경을 쓰는 정부의 역점사업이고, LG그룹이 수천억원을 지원하는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1년 성과가 154명의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자랑하고 있는데 청주시는 거기에 비하면 아주 적은 세금을 투자해 양질의 일자리 100여개를 만들어 놓고도 관리를 소홀히 해서 그들을 모두 실직자로 만드는 행정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2009년 9월 문을 연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은 청주시가 157억원을 들여 건립한 165병상 규모의 노인전문병원이다. 청주시는 개원초기부터 이 병원을 위탁 운영해 왔는데 개원한지 6년 만에 병원 운영자가 2번 바뀌었고, 두 번째 위탁경영자가 작년 6월에 병원을 임의로 폐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폐업 사태로 병원직원 100여명이 해고 아닌 해고를 당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졸지에 직장을 잃은 해고 노동자들이 전원복직을 주장하며 청주시청 정문 앞에서 300일이 넘는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는데도 청주시의 대응은 전 위탁자가 한일이고, 병원이 폐업되었기 때문에 법적으로 고용승계를 주장할 근거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면서 작년 연말에 세 번째 수탁자로 선정한 대전의 의명의료재단과의 협상도 지지부진 한 채 세월만 보내고 있는 사이에 지역의 한 주간지가 의명의료재단의 문제를 파헤친 기사를 보도했다. 3주에 걸쳐 보도된 이 기사들을 보면 과연 이런 의료재단이 어떻게 청주시노인병원의 수탁자로 선정됐는지 눈을 의심케 한다. 무면허 진료와 온갖 병원비리 등으로 병원이사장이 세 번씩이나 구속됐고, 보은 병원에서는 강제입원과 환자의 자살 등으로 지역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켰던 의료재단이 버젓이 청주노인병원 수탁자로 선정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더욱 어처구니없는 일은 선정과정에서는 몰랐다며 시민단체들의 위탁 취소 요구를 묵살하는 청주시의 대응이다.

의명의료재단의 비리와 문제점이 보도되면서 청주시노인병원 사태를 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에는 노사문제로 치부하며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던 시민들에게서도 그런 비리재단에 청주시민의 노인병원을 맡길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거기에다 지난 9일 저녁 청주시노인병원 사태를 집중 취재하여 방송한 청주KBS의 ‘시사플러스’는 청주시노인병원이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해 주었다. 청주시노인병원 사태의 발단에서 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취재한 ‘시사플러스’는 다른 지역의 사례로 노인전문병원을 군립과 시립으로 운영하고 있는 충남 서천군과 경기도 안산시를 소개했다. 그런데 두 지역의 노인병원은 운영자를 영리를 추구하는 개인병원이나 의료재단에 맡기지 않고 공공재단에 맡기고 있었다. 서천군 노인병원은 가톨릭 대전교구가, 안산시립노인병원은 원광대학교병원이 맡아 운영한다. 두 병원 모두 공공재단이 맡아 운영하다보니 영리추구보다는 병원의 공공성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특히 원광대학교병원이 운영하는 안산시립노인병원은 병원에서 발생하는 이익금을 모두 병원과 지역주민을 위해 재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일자리 하나가 귀하고 소중한 때에 시가 설립한 병원에서 시민들이 해고되는 사태를 방기하는 것도 모자라 부적격 업자에게 병원을 내 맡기려는 청주시와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제 청주시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무엇이 진정으로 시민을 위한 일인지를 선택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은 시민을 위한 공공병원을 목표로 첫 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