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충북교육감의 인간적 고뇌
김병우 충북교육감의 인간적 고뇌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6.03.10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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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금란 취재3팀(부장)

김병우 충북교육감이 동지로 부르던 전교조 충북지부와 요즘 꽤나 불편한 사이가 됐다.

1980년대 교사운동에 뛰어들었던 김 교육감과 전교조는 동고동락을 함께 한 가족과도 같은 사이였다.

교육감으로 당선됐을 때도 가장 먼저 전교조와 단체협약을 했고, 법외노조로 판결이 났을 때도 김 교육감은 “법외노조와 관계없이 전교조를 교육의 파트너로 존중하겠다”는 뜻을 피력했을 정도로 전교조를 아꼈다.

지난해 교육부가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에 대한 징계조치 이행을 촉구해도 꼼짝않던 김 교육감이었다. 그래서인지 교육계 안팎에서는 한솥밥을 먹고 지부장까지 지냈던 김 교육감이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징계조치나 전교조 단체에 대한 지원 중단을 절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나돈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교육부의 압박에도 버텼던 김 교육감이 달라졌다. 충북도교육청은 최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의 소속 학교 343곳에 공문을 보내 해당 교사들을 상대로 시국선언 참여 여부 조사에 나섰다. 또한 법외노조 판결에 따라 최근엔 전교조 사무실 지원중단과 단체협약 효력상실, 단체협약에 따른 각종 위원회 위원자격 해촉 등 후속조치를 모두 이행한 것이다. 전교조 교사들 입장에서는 보수 교육감이라면 이해되는 행동이지만 같은 생각을 갖고 같은 노선이라고 생각했던 김 교육감의 태도 변화에 서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 교육감이 소신이 바뀌거나 교육적 철학을 바꿔 내린 결단이 아니었다 해도 서로 낯선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전교조 활동을 하면서 해임도 당했고, 해임 당시 거리교사로 사는 동안 굴비를 둘러메고 도교육청 현관 바닥에 던지며 소리내 울었던 경험이 있는 김 교육감에게 전교조 교사들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김 교육감은 취임 이후에도 전교조 교사들에게 보듬어주고 힘을 주고 긍정의 에너지를 부여하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말을 여러번 했을 정도다. 그러나 교육계 수장인 현재의 위치에서는 현실적으로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주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이 많았을 것이다. 김병우 교육감의 인간적 고뇌는 당연한 것이다. 인간적으로는 응원해주고 힘을 주고 싶어도 현실의 벽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김 교육감이 요즘 힘들어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교육감과 전교조 사이가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 관계를 유지하면 서로 서운해 할 것도, 실망할 것도 없을 것이라는 지인의 말이 생각났다. 참교육 실현을 위해 고통 분담을 했던 기억도 좋지만 지금은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덧붙여 이제는 김 교육감의 인간적 고뇌가 몸담았던 단체보다는 임기동안은 오롯이 학생들을 위한 정책 구현에만 쏟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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