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타령
돈 타령
  • 김기원<시인 문화비평가>
  • 승인 2016.03.09 2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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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 김기원<시인 문화비평가>

돈 돈 돈 돈세상입니다.

사람이 만든 돈에 사람들이 머리를 조아리는 요상한 세상입니다.

그놈의 돈이 뭐라고 돈 앞에 무릎 꿇고, 양심까지 팝니다.

돈 때문에 피도 팔고 장기도 팔며, 강도질도 합니다. 심지어 살인도 하고 죽임을 당하기도 합니다.

돈이 원수입니다. 그렇다고 없앨 수도 없고, 없어서도 안 될 것이 돈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곧 생존이자 권능입니다. 행ㆍ불의 씨앗이죠.

공권력은 임기가 있고 잘못하면 쫓겨나기도 하지만, 자본권력은 임기도 없고 딱히 쫓아낼 방도도 없습니다. 죽을 때까지 소유할 수 있고, 자식들한테 대물림도 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게 바로 돈의 힘이고 돈의 효용성입니다.

재벌들의 볼썽사나운 경영권ㆍ상속권 싸움도, 어릴 때 죽고 못 살던 형제들이 피비린내나는 골육상쟁도 다 그놈의 돈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반상으로 신분을 갈랐다면 지금은 빈부로 신분을 가릅니다. 부자는 돈이 많다는 이유로 대접받고, 그 돈으로 안락한 삶을 누리며, 온갖 갑질을 해댑니다.

빈자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업신여김을 받고, 돈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며, 무시로 갑질을 당하며 삽니다.

법 앞에 만인의 평등은 교과서에나 있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인 세상입니다. 그러니 사람들은 기를 쓰고 돈을 벌려 합니다. 수단과 방법, 권모와 술수, 할 수 있는 것은 제다 동원합니다.

무시당하지 않고 남부럽지 않게 살고 싶으니 당연지사입니다.

그러나 빈자가 부자 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예전에는 이따금 개천에서도 용이 났는데 요즘 개천에는 피라미만 납니다. 부유층의 진입장벽이 그만큼 높고 견고하기 때문입니다.

돈이 돈을 만드는 세상입니다.

부자들은 가진 돈을 눈덩이처럼 굴려 돈을 키우나, 빈자는 굴릴 돈이 없어 늘 그 턱입니다.

굴리면 굴릴수록 커지는 눈덩이처럼 굴릴수록 커지는 돈뭉치 덕분에 부자는 날로 더 큰 부자가 됩니다. 굴릴 돈이 없는 빈자는 쉽사리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회구조입니다.

하지만 돈이라고 다 같은 돈이 아닙니다. 천사의 돈이 있고 악마의 돈이 있습니다.

정당한 노동과 창조의 산물로 생성되는 돈은 선한 돈입니다. 그 돈이 불우이웃과 인류를 위해 쓰이면 그 돈이 바로 천사의 돈입니다.

노동착취를 해서 번 돈이나 고리대금 등으로 번 돈은 악한 돈입니다. 부정과 비리와 협잡으로 갈취한 검은 돈은 세상을 좀먹는 악마의 돈입니다.

다다익선인 게 돈이지만 너무 많아도 골치이고 너무 적어도 골치입니다. 유산 때문에 자식들이 싸울 일 없고, 늙어서 자식들한테 손 벌릴 일이 없으면 그게 바로 축복입니다.

우리사회에 언제부터인가 도박판에서나 쓰는 ‘대박나세요’라는 말을 덕담처럼 쓰고 있습니다. ‘부자 되세요’ 보다 강하게 어필되니 유행할 수밖에요.

그러나 돈은 쌓는데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쓰는데 가치가 있습니다. 정승처럼 쓰면 정승이 되고 개처럼 쓰면 개가 됩니다.

누구든 죽을 때 싸들고 갈 수 없는 게 돈이고 재산입니다.

미국의 저커버그 부부는 첫딸을 낳고 52조 원이라는 거금을 사회에 기부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오늘의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딸이 자라기를 바란다’ 면서.

이런 기부천사들에게 돈벼락이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일확천금을 노리고 있습니까, 아직도 로또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습니까?

부패하지 않고, 강탈당할 염려도 없는 마음의 부자가 되기 바랍니다. 부디 돈의 노예가 되지 말고, 적은 돈이라도 정승처럼 쓰는 돈 주인이 되기 바랍니다.

/시인ㆍ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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