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웃을 지키는 민주시민의식 발휘해야
내 이웃을 지키는 민주시민의식 발휘해야
  • 이용기<진천군선관위 사무과장>
  • 승인 2016.03.08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 이용기<진천군선관위 사무과장>

나이가 들어 농촌지역에서 근무한 지 올해로 6년째에 접어들었다. 농촌마을은 대부분 10여 가구씩 산허리의 양지쪽에 자리를 잡고 서로 어깨를 맞댄 작은 마을들인데, 이런 마을을 가보면 정겨운 고향의 집에 온 것 같아 아무 집 앞에서나 ‘어머니!’하고 부르면 널대문을 열어젖히고 금방이라도 어머니가 뛰어나오실 것만 같다.

농촌근무는 출퇴근의 어려움을 빼고는 도시보다 모든 면에서 좋은 점이 더 많다. 항상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고, 지역주민들과의 허심탄회한 대화도 할 수 있다. 나는 출퇴근할 때 자주 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운전으로 인한 피로를 덜기 위한 얄팍한 계산도 깔렸지만, 진짜 이유는 버스 안에서 오가는 농촌주민들의 소박하고 정겨운 일상을 엿듣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다.

5일마다 돌아오는 장날이면 동네 사람들끼리 버스에 올라 시장에 도착할 때까지 자식의 진학·취직·결혼 이야기 등 우리네 부모님들 삶의 이야기는 그칠 줄을 모른다. 가만히 눈을 감고 이를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고향버스에 몸을 실은 착각에 빠져들곤 한다.

농촌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고향 하면 괜스레 알 수 없는 곳에서 밀려오는 뭉클한 그리움이 가슴을 울릴 것이다. 이 같이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한 고향인 농촌도 선거가 있는 때면 오히려 도시보다 더 뜨겁게 선거 열기가 달아오른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대부분 농촌지역은 특유의 혈연·지연·학연 등 연고주의가 강하게 자리를 잡고 있고 또한 작은 자연부락 단위로 농업이라는 일을 같이하면서 이웃 간에 사촌으로 지내는 사이라 후보자들이 이러한 틈을 비집고 들어가 이들의 표심을 얻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과거와는 달리 농촌도 하우스재배 등 기술 영농으로 소득이 향상되어 젊은이들도 점차 늘어나면서 선거문화도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대다수 주민들은 고령으로 바른 선거에 대한 인식이 낮고, 또한 인구가 적어 금권선거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일부 후보자들이 금권선거의 유혹을 쉽게 떨쳐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일례로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선거에서도 전국적으로 선심성관광이나 음식물을 받아 과태료처분을 받은 사람들 대다수는 농촌주민이었다. 이처럼 선거가 국민에게 희망이 아니라 피해를 주는 일이라면 선거란 제도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우리 위원회가 위법행위를 단속하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공정성 확보에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준법선거를 하는 선량한 후보자와 유권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오는 4월 13일에 실시하는 제20대 국회의원선거 및 진천군수·옥천군의원재선거에서는 아직도 잔존해 있는 금품선거의 뿌리를 뽑아내는 선거가 되어야 하겠다. 그러려면 정당이나 후보자는 정책경쟁을, 유권자인 국민은 수상한 관광이나 수상한 모임에는 절대로 가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주민들은 생활주변에서 일어나는 수상한 관광 등을 발견한 때에는 즉시 전화(국번 없이 1390)로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여 선거범죄로부터 내 이웃을 지키는 민주시민의식을 발휘해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