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로스의 날개
이카로스의 날개
  • 류지호<흥덕구 강서2동 행정민원팀장>
  • 승인 2016.03.0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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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류지호<흥덕구 강서2동 행정민원팀장>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는 최고의 건축가이자 발명가인 다이달로스의 아들이다.

다이달로스는 아테네 출신의 전설적인 장인이었으나 조카를 죽이고 미노스 왕이 다스리는 크레타 섬으로 도망쳐 정착한 인물이다. 다이달로스는 크레타 섬에서 미노스 왕가를 위해 뛰어난 솜씨를 발휘하던 중 미궁을 만들게 되고 파시파에 왕비를 도와준 일로 왕의 노여움을 사 자신이 만든 미궁에 아들인 이카로스와 함께 갇히는 신세가 된다. 다이달로스는 미궁을 탈출하기 위해 새의 깃털을 모아 날개를 만들고 아들에게 ‘너무 높이 날면 태양의 열기에 깃이 타버릴 것이고, 너무 낮게 날면 바닷물에 깃이 젖어 무거워지니 반드시 하늘과 바다 한중간을 날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카로스는 아버지의 충고를 무시한 채 너무 높이 날아올라 날개를 붙인 밀랍이 뜨거운 햇볕을 이기지 못하고 녹아버려 결국 바다로 추락해 죽고 만다. 오늘날, 어리석음과 과욕을 상징하는 인물로 이카로스를 꼽는다. 그러나, 한편에선 미지의 세계를 향한 인간의 모험심을 그린 인물로도 손꼽는다.

그런데 나에겐 이카로스의 도전정신이 더욱 값지게 다가온다. 무모한 도전으로 죽음에 이르렀으나 죽음을 두려워해 도전을 망설였다면 우린 라이트형제를 만날 수 없었을 테고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하늘의 황홀함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세상에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 태평성대를 꼽으라면 세종대왕 재위 시절을 빼놓을 수 없다. 과학과 문학, 예술 등 비약적 발전이 오늘을 있게 한 원천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특히, 한글은 어떠한갉. 개인적으로 문자의 발명을 넘어서는 위대한 발명은 전 역사를 통틀어 없다고 생각한다. 이때, 세종대왕은 어땠을까... 그 자신도 태평성대였을까? 그는 백성을 이롭게 하려고 끊임없는 물음과 도전으로 답을 얻고자 자신을 괴롭혔다. 그 결과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많은 업적을 쌓았다.

자신을 괴롭혀야만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겠으나 이루고자 하는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그 많은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고 감히 생각한다.

나의 공무원 새내기 시절을 되돌아보고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첫 걸음을 시작했을 때 다짐했던 각오와 지금의 나는 같은지…. 유감이지만 그렇지 않다. 그럼 부끄러운가? 그렇지 않다. 법의 잣대. 무시할 수 없다. 아니 무시해선 안 된다. 왜냐하면, 법이란 불특정 다수의 권리가 침해받지 않도록 사회규정을 약속한 것이고 이를 집행하는 사람이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사회는 융통성이란 이름으로 공무원에게 법의 범위에 대해 갸우뚱하게 하는 때가 간혹 있다. 이런 때 공무원은 많은 갈등을 겪는다.

어디까지가 불특정다수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한계인가를 말이다. 공무원 신분으로 20여 년을 살아온 나는 언제부턴갖역지사지의 마음을 갖자’, ‘명확히 하자’를 신조로 주어진 업무에 임하고 있다.

법의 범위를 넘어설 순 없으나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고 도울 방법은 없는지 많은 고민을 한다. 최고의 선택을 할 수 없다면 차선책을 생각해 보고 그마저도 방법이 없다면 빠른 결단으로 최악의 길을 피해갈 수 있도록 명확히 전달하는 것도 공무원으로서 최선의 길이라 생각한다.

도전은 작은 실천이라도 시작해야 의미가 있다. 생각만 하고 첫걸음을 떼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과 도전정신은 언뜻 생경하단 느낌을 받을 수 있으나 시민을 위해 무언가 변화를 꾀하고 새로운 정책을 연구하는 자체로도 도전정신의 첫 걸음은 시작됐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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