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잘 알던 길 잃는 경우 의심
평소 잘 알던 길 잃는 경우 의심
  • 박계연<청주성모병원 신경과 과장>
  • 승인 2016.03.0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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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 박계연

2011년 모 방송국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투병하는 젊은 여주인공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방영했다. 젊고 아름다운 여주인공이었던 탓에 일반인들에게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았던지, 이후 같은 증상을 의심하고 내원하는 이들이 많아졌던 게 사실이다.

치매에 대한 공포가 노인뿐 아니라 젊은이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 치매(dementia)라는 용어는 라틴어의 ‘dement’ 에서 유래됐으며, 이 말은‘마음에서 벗어난’ 이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오랫동안 ‘미쳤다’ 라는 의미로 사용돼 왔으며 1900년대 초에 이르러서야 뇌질환으로 분류됐다.

정상적인 노화에 의한 지적 능력의 감소는 아무리 나이를 먹더라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심해지지 않기 때문에 치매와 구별이 된다. 병이 진행됨에 따라 건망증의 정도가 심해지고 마침내는 모든 과거사를 기억해내지 못하는 정도에 이른다. 이때 건망증은 특징적으로 최근에 일어난 일에 대해 기억을 못하는 양상을 보이며, 오래된 기억들(예: 고향, 생일 등)은 나중까지 보존되는 양상을 보인다. 병이 진행될수록 평소 잘 알던 길을 잃는 경우가 발생하고, 감정 장애나 이상 행동이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감소되어 사소한 질환들에 의해 심한 정신적 증상을 초래하기도 한다. 운동 능력도 떨어져 독립적인 활동이 어려워지다가 발병 5∼10년 이내에 폐렴 등의 다양한 합병증으로 사망하게 된다.

치매는 그 원인 질환이 다양하다. 갑상선 혹은 부갑상선 질환을 포함하는 내분비질환, 엽산 결핍증이나 비타민B12결핍증, 뇌종양, 뇌출혈, 뇌수종 등의 다양한 뇌질환, 뇌 농양 혹은 신경매독 등의 감염성 질환 등은 치매 증상을 일으킬 수가 있으며 이들 중 10% 가량은 원인 질환 치료에 따라 치매 증상의 완치 및 호전을 보일 수 있으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반드시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원인 질환은 알쯔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다. 퇴행성 뇌질환 중 가장 대표적인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은, 여러 소인에 의해 뇌세포의 사멸이 정상적인 노화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질환으로, 뇌세포에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 판이나 신경원 섬유 매듭이 축적되는 병리적인 특징이 밝혀져 있다. 치매가 의심되는 환자들은 반드시 전문병원을 방문해 이에 대한 정밀한 검사를 받고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다발성 뇌졸중에 의한 치매인 경우에는 뇌졸중의 위험인자를 철저히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며, 항 혈소판제제의 투여를 통해 뇌졸중의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질환에 의한 치매는 많은 약물이 치료제로서 시도됐으나 아직까지 뚜렷이 효과가 입증된 약물은 없다.

그러나 항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와 같은 일부 약물들이 병의 진행을 다소 지연시킨다고 보고되고 있어 꾸준히 처방되고 있다. 여러 가지 정신 증상을 보이는 경우, 개개의 증상에 대한 치료를 통해 증상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치매를 진단을 받더라도 치료와 간병을 통해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다면 섣부른 공포로부터 해방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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